5.
마침, 신문에서 내가 전부터 몇 번이나 생각해오던 영화의 대사, 문장을 보았다.
영화 '최종병기 활' 에 나오는 대사.
영화는 병자호란때 청나라 군에 끌려간 누이동생을 구하려 나선
조선의 어느 민간인, 명궁의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청나라 장수의 활, 육량시와 이에 맞선 조선 민간인의 아기살, 편전(片箭)이 겨루는 장면.
두사람은 멀리 마주서서 서로를 겨눈다.
바람이 분다.
청나라 장수는 생각한다.
앞에 있는 상대편은 바람을 계산하고있군... 하며 조선의 상대를 바라볼때
조선의 명궁은 이렇게 생각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인생이나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어찌 우리가 그 모든것을 셈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단 말인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6.
문득 그가 신실한 불교신자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는 불교재단에서 강화에 노인요양시설을 짓는데 보태라고,
그의 유일한 부동산인 아파트도 기부했다.
며칠전 그가 퇴임사에서 인용했던 선시.
몽과비란상벽허(夢跨飛鸞上碧虛) 꿈 속에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에 올랐다가
시지신세일거려(始知身世一遽廬) 비로소 이 몸도 세상도 한 움막임을 알았네
귀래착인한단도(歸來錯認邯鄲道) 한바탕 행복한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조일성춘우여(山鳥一聲春雨餘) 산새의 맑은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
자료에 의하면,
중국 송나라 고승 대혜종고(大慧宗曠)선사의 <서장 書狀>에는
42명의 사대부들과 나눈 편지가 수록되어있는데,
이 시는 여기에 기록되어있다 한다.
시의 작자는 진국태부인(秦國太夫人)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시는 봉수산 봉곡사(鳳首山 鳳谷寺)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595번지) 의
요사채 주련(柱聯)에, 글이 씌어져있다 한다.
봉곡사(鳳谷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麻谷寺)의 말사.
인생을 크게 깨달은 자의 말씀.
알고보면 모두가 허망한 꿈.
그런데 그 꿈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언젠가 부끄럽지않게 서예를 쓸 때가 오면
이 시를 멋있게 써서 그에게 주고싶다.
7.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친구와 만났다.
점심식사후 차를 마시고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박물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도 단체로 오는지 많았다.
지난번에는 서예 전시실을 유심히 보았는데,
이번에는 신안해저유물을 전시하는데서 오래 있었다.
수 만점의 유물들.
1323년 중국에서 출발하여 일본으로 향하면 무역선이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
자료에 의하면,
발굴된 유물의 종류는 청자 ·백자 ·흑유(黑釉) ·백탁유(白濁釉) ·잡유(雜釉) ·금속제품 ·
석제품(石製品) ·목제품(木製品) ·칠기(漆器) ·토기(土器) 등이며,
그 수량은 2만 8000여 점에 달하였는데, 이 중 청자가 9,600여 점으로 가장 많다.
이 유물은 침몰된 거대한 목선(木船)에 실려 있었다.
목선의 가장 밑바닥 부분에는 동전(銅錢)이 가득 실려 있었는데, 1984년까지 약 20 t이 인양되었다.
그리고 향목(香木)으로 쓰거나 가구재(家具材)가 되는 자단목(紫檀木) 500여 점(약 8 t)과
글씨를 쓴 목간(木簡) 300여 점 및 한약재(漢藥材)도 발굴, 인양되었다.
당시 무역선을 타고 항해하던 사람들은 이제 없다.
생명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생명없던 것들만 아직까지 남아 전시실에 있다.
박물관에 가면 옛사람의 발자취를 생각하게되고,
항상 끝에가서는, 당시 희로애락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인생은 한나절 꿈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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