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은 언제나 덥다지만, 금년 여름은 정말 사상 최고의 더위다.
강추위는 동장군(冬將軍)이라 하지만, 더위 엄청난거는 염제(炎帝)라 하는데,
과연 그리 부를만한다.
무더위 속에서 바쁘게 지낸 몇 달.
아마도 여태까지 내가 보낸 여름중 가장 바쁜 해가 아니었나싶다.
논어를 제대로 읽겠다 마음먹고 791페이지짜리 책, 책상 위에 펼쳐놓고는
몇 페이지 읽지를 못했다.
바쁜 세월.
무역 일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는데.
새롭게 호텔 일을 봐줘야하는 형편이 되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대소사들이 계속 내 시간을 빼앗아갔다.
2.
더러운 인간들의 모습이 여름을 더 힘들게 했다.
그동안 네** , 넥* 으로 비롯된 정, 홍, 김......또, 우,... 송,..
그리고 ㄷㅇ조선의 몇 조 비리와 이에 얽힌 인간 말종들의 모습.
다시 또 이어지는 김... 김...
그리고 수없이,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권력기관의 인간군상들...
그 추악하고 더러운 쓰레기들의 모습.
난자이사(難者二事)라는 말도 있지만,
가난하다가 부자되어 의리 지키기가 힘들고,
궁색하던 선비가 뜻을 이루고 제모습 갖추기가 어렵다더니....
권력잡은 인간들이 그 힘을 어디에 써야할지를 모른다.
어찌 이들 뿐이랴,
추악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더 덥게 한다.
3.
집안 일로 바빴다.
장모님 돌아가시고 상속처리의 막바지에 갑자기 내게 닥쳐온 일들.
자기들끼리 끙끙거리다 무더위 속에서 갑자기 내게, 뒤늦게 닥쳐온 연유가 괘씸하다.
많은 실수들로 범벅된 일의 뒷처리에 시간을 소모한다. 덥다.
여기에서도 인간의 욕심으로 추악해진 모습을 아니 볼 수가 없다.
해외에 가있던 둘째가 귀국.
몇 달간의 본사 근무후, 아마도, 다시 해외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큰 동서가 세상을 떠난지 8년,
느닷없이 금융기관에서 남은 가족들에게로 문서가 왔다.
보증보험과 은행 일을 도와드렸다.
미국에 있는 조카의 동의서에 영사확인을 받는 일로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잘 처리가 되었고, 적지않은 돈이 제대로 입금되었다.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회의가 전보다 빈번해졌다.
추진위원을 괜히 맡은것 같다.
4.
서울서예대전에 응모한 작품이 특선.
특선 이상자들은 현장 휘호를 해야한다.
비가 제법 많이 오고있던 날.
종이는 습기로 눅눅해져있었다.
글씨를 쓰는데 습기로 눅눅해진 종이는
먹물을 계속 빨아들여 금방 번진다.
이럴 때는 붓을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그야말로 일필휘지하여 쓰고,
접수하는데로 갔더니 1착, 아무도 없다.
아직 접수하는 심사위원들이 준비조차 되어있지않아, 10분 정도를 기다려야했다.
검증하는 휘호는 필의만 보고서 동일한 사람인지 확인만 한다.
그리고나서 얼마 전,
인사동 전시회장에 가서 둘러보고있는데,
내 작품이 얼른 눈에 띄지않는다.
마침 같이 서예를 배우던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지금은, 다른 선생님을 찾아 다른 곳에서 배우고있는데,
이번 공모전에는 출품하지않았다 한다.
아직 내 작품을 찾지못했다고 선배와 이야기하는데,
마침 우리가 서있던 바로 앞에 내 작품이 전시되어있었다.
내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정말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기본이 되어있지않으면서 재주만 넘치게 부려 보이는 내 글씨.
도대체 어떻게 내 글을 이야기해야할까...
선배는 잘 썼다 칭찬해주었지만,
내 자괴감과 절망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리....
그리고 세월의 힘에 기대면서.
여름동안 잠시 쉬었던 단소를 다시 시작한다.
모두가 세월의 힘이 필요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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