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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난후

일상

by 아이현 2016. 1. 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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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부터 친구들이 대선에 대하여 내 생각을 물어볼 때마다

한결같이 내가 한 이야기가 있다.

 

M은 감성적으로는 끌리는데 이성적으로는 좋아할 수가 없다.

A는 이성적으로는 옳은데 감성적으로는 좋아질 수가 없다.

P는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강하게 끌리지가 않는다.

 

M은, 인간적으로는 끌렸지만 나중에 그 주변에서 설쳐댈 사람들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했다. 이미 전에 충분히 겪어보지않았는가.

사람에 대한 증오, 저주, 모욕, 천박함, 그리고 부패와 비리까지...

 

A는, 그의 구구절절 옳은 말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에서 보여지던 몇몇 위선의

모습과 등장이후 계속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행태에서 느껴지는 모호함은 불쾌하기까지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몇 달동안 이미 충분히 보여준것 같다.

 

P는 감성으로나 이성으로나 특별하게 강한 끌림은 없었지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에서, 답은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종편방송 몇개만 보면, 여론조사발표가 금지되는기간동안,

이미 역전되고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는데,

여러 정치평론가들중 유일하게 김행 만은,

이제는 절대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장노년층의 비중을 이야기하며

투표율이 높아져도 변동이 없을 거라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였고,

나도 그녀의 판단에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었다.

 

대선 전 마지막 며칠동안의 혼탁함과 그 와중에 일어나던 몇개의 천박한 장면들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게하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두려움이

인구비중이 커진 장노년층의 높은 투표율로 이어지면서 결과는 예견되었다. 

선거일 전날, 나는 이러한 근거를 내세우면서 박빙우세를 친구에게 예견했었는데,

당일은, 너무나 높아진 투표율 추이를 보면서 틀릴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맞았다.

 

최근 십수년간 대선때만 되면 분열되는 모습이 너무나 불안하다.

거의 죽기살기의 싸움이라 후유증이 크다.

 

MB이전까지의 대선에서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적은 한 번밖에 없었는데,

그 한 번을 포함해서 이후까지 두 번의 대선에서,

내가 좋아서 선택했건 혹은 다른쪽을 선택할 수없어서 대신 선택을 했건,

결국은 나중에 실망을 하고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게 실망을 주지않을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선거가 끝나고나니 최근 몇번의 대선에서 느꼈던 감회가 생각난다.

아래에 당시의 글들을 올린다.

 

2012.12.21.

 

 

* * * * * * * * * * * * * * * * * * *

 

(2007.11.11.)

지난 주는 정치가 요동치는 급변의 한 주였다.

대권 3수에 도전하며 다시 전면에 등장한 그의 변은 차치하고라도,

세간에서 그에게 퍼부어지는 무수한 비난과 공격은 참으로 엄청났다.

그의 선택이 자해행위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에게서 인간적인 고독을 얼핏 볼 수 있었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5년전 이맘때 나는 D그룹의 임원으로 근무하고있었다.

D그룹은 소위 <워크아웃> 중이었는데, <워크아웃>이란,

정확하게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이라는 긴 이름의,

200여개의 금융기관들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협약이었는데,

쉽게 말하여 죽어가는 기업을 어찌 할거냐에 대한 지침이었다.

기업의 회생보다는 죽어가는 시체에서 금니뽑기의 게임이기는 하였지만....

 

소위 IMF 이후 하이에나의 정글에서 기업이 견디는 방법은

채권자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수단이나 항변의 목소리조차 가질 수 없던,

마치 식민치하의 모습이었던 그런 시절이었는데, 만져보지도 써보지도 못했던 5조원의 부채를

단지 그룹으로 들어가는 연결 길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했는데,

 

반면, 우리가 반대로 가지고 있던 채권은,

예컨대 8,000억의 채권은 10,000 대 1의 비율로 출자전환을 강요받았으니,

말하자면 8,000억의 재산은 8,000만원으로 사라져가는 그런 법칙이었으니,

우리의 채권은 어느 시의 구절처럼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페같은 ...." 그런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새로 뜨는 사업은 있었으니, 시장에서 채권단들은 채권의 바겐세일에 들어갔으며,

소위 NPL(Non Performing Loan, 부실채권)을, 예컨대 5,000억 채권 같으면 1,000억원에 팔아치웠고.

글로벌 투자기업들은 1,000억에 산 부실채권을, 5,000억원 액면 그대로의 기준으로 이자를 받아가고

나중에는 예컨대 2,000억 정도에 다시 팔아서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5년전 그즈음 나는, IMF이후 벌어졌던 그런 일들의 처리를 위한 와중에서 있었고,

그때쯤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로 대표를 선임하여야하는 때였는데,

대표자리를 놓고 외부에서 OO도 출신이 뛰어들면서 지역간의 숨가쁘고 치열한 전쟁이

그 외연을 알 수 없는 데까지 번져나가고 있었고, 스스로의 장점을 주장하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가 상대편의 부패하고 더러운 과거를 외치는 싸움으로 흘러갔으니,

주인쓰러진 집에 머슴과 도적들이 싸우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혼탁한 싸움에 결정을 볼 수 없던 채권단에서는 급기야 제3의 다른 대안을 검토하게되었고,

그 대안이라는 것이 나일 수도 있다는 귀띰을 받기도 했지만,

.....그러나,

양측의 전쟁이 어느 정도로 치열했는가 하면, 그 어느 누구로도 결정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드디어는 대선이 끝나고나서 결정하는 것으로 모든게 연기되었다.

 

5년전, 대선 투표날 나는 아침일찍 투표를 하고 뉴코리아에 공을 치러갔다.

공을 치고 돌아오던 오후 6시3분쯤, 명동옆의 중앙극장 앞을 지나는데

출구조사가 발표되었고, 나는 내가 곧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을 알았다.

 

나는 내 평생, 대선에서 내가 선택한 사람이 된 적이 한번밖에 없다.

내가 가지고있는 일관된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옳으냐, 이것 하나 뿐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항상 벗어나고, 현실의 세계는

최선 보다는 차선을,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한다.

우리는, 때로는 이념의 과잉으로 모두 고통을 받으며,

순수이념을 내세우던 인간들로부터 탐욕의 더러운 모습으로 배신당한다.

 

모쪼록, 덜 고통스러운 선택이,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여지기를 기원한다.

5년전, 언론계에 있다 미국으로 간 선배가 쏟아내는 고통에 보냈던 답신이 있고,

그 편지를 다시 기억하던 4년전의 글이 있다.

이즈음 다시 떠오르는 내 기억의 한 장면이다.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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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5)

어느 틈엔가 겨울이 와있습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덕수궁 뒤 돌담길은 보도위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었고, 무심한 청소부는
낙엽을 걷느라 바쁩니다. 하비브하우스 돌담길에는 전경들이 추위에 떨며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돌담 그늘을 피해 햇살 따뜻한 길을 찾아가며 걸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특히 지난해 연말은 갑자기 닥쳐왔던 변화와 그로인한 충격,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야말로 혼돈의 계절이었습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그 혼돈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힘들어했습니다.

언론계에서 종사하다 그 당시 미국 뉴저지에 이민가서 살고 있던 선배는 나에게 답답한 심경을
격렬하게 토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나는 선배에게 긴 답신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도 답답해하고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픈 상처가 많이 아물어, 아직도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조국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을 겁니다.

200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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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3.)

 

성희 형,

혼탁한 연말의 잔해들을 바라보며 깊은 감회에 빠져듭니다.


그의 은퇴회견 기사를 본 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니 큰 아이가 소설 "체스"를

건네어줍니다.  순수가 폭력 앞에서 좌절하고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체스 게임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나 나찌에 조국이 합병되자 망명생활을 하다가

남미에서 자살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작품인데, 제가 진작부터 좋아하며

경탄을 금치 못하던 작가입니다.


그는 생존시 프로이드와도 교분을 갖고 프로이드의 사고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의 영혼 속에 내재해있는 야만성과 근원적인 파괴본능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 다가올 세기에는 적어도 제 민족의 공동생활 속에서 이들 본능을 억제하는

하나의 형태가 발견되리라는 것.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본능은

근절되지 않고 아마 긴장을 유지하는 필연적인 힘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것들......‘


그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광기와 우연의 역사”, “조셒 푸쉐-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은,

인간심리에 대한 탁월한 고찰로 역사의 내면을 파헤친 역작들로서 요즈음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재미 또한 대단합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 무력하게 함몰되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가슴 저리게 그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한 순간이, 하나의 우연한 행위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이면의 이야기들이 오늘의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안타깝게도, 지지는 하였으되 사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의 패배와 눈물에 와서야

비로서 한 인간의 성숙을 본다는 역설을 생각하며 애정을 느낍니다.

패배에는 항상 슬픔과 운명을 느끼게 하는 감동이 따라가는 것이지요.


반면 현실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반칙과 선동을 하고 증오를 부추기며 파괴본능을

조직화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를 합니다.  왜 우리는 ‘최선’과 ‘차선’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항상 ‘차선’과 ‘최악’에서의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가 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 주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왜 똑같이 이렇게

느끼고 있어야하는가, 갈등의 엄청난 후유증 그리고 그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렇게까지 만든 지도자의 문제와 여태까지 이런 지도자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슬픔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무엇을 바꾸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사회생활도 끝나가지만,

우리의 젊은 후배들만은 지역에서 오는 좌절과 모멸을 겪지 않아야하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음을 빙자하여 촛불을 훔치는 자’ 에게도 서푼어치의 논리는 있는 법.

그러나 몇 가지 고무적이고 기대 섞인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진실은 항상 극단이 아니라

중간 어디쯤엔가 있는 법이니까요.  성경을 읽음을 빙자하였으니, 이제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가지고

그들이 성경을 읽을 것인지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연말의 혼탁함을 바라보는 요즈음의 저는 개인적으로 쓸쓸한 나날입니다.

큰 아이는 1월에 군대를 갑니다. 둘째 아이는 이번에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회사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경영진의 교체가 임박해 있는데 여기 자리도 무슨 큰 자리라고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결정이 미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일도 뜻대로 끝났으니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 한 자리라도 놓치지 않으려하겠지요.


여름이후 공을 치는 즐거움 외에는 없습니다. 선거날 에도 투표한 후 뉴코리아에 갔습니다.

25일에는 광릉으로 갑니다. 겨울 산야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아주 큽니다. 자연만을 벗 삼아

살기에는 너무 속세에 물들어 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지내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는 산에 다니려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제세그룹 쓰러지고 나서 이창우가 쓴 “옛날 옛날 한옛날에” 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가슴앓이 하는 형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설사 우리에게 그 ‘사흘’이 너무나

길다할지라도........


그대 슬퍼하는 이여 고개를 들라.

갈보리 언덕과 부활의 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과 기쁜 날은

불과 사흘 사이이니라.


2002.12.23.

서울에서  현 드림

 

 



*조블 2012/12/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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