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써 가을.
계절을 느끼는 마음이 빨라지는건 나이가 먹어간다는 의미다.
요새는 거의 매일,
혼자서 청계산과 관악산을 오르내렸다.
청계산은
청계산입구역에서 매봉까지 약 3키로.
왕복 6키로니 여유있게 3시간거리다.
관악산은
사당역에서 연주대까지 5키로, 연주대에서 과천역까지 4키로.
총 9키로인데 4시간이 빠듯하다.
2.
사당역에서 관음사를 기점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길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다.
오르는 중턱에서 한참을 쉰다.
이제는 바람이 서늘해서 쉬는 동안에는 춥다.
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정말 크다.
한 눈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자켓으로 몸을 감싸고,
혼자 바위에 앉아 시내를 내려다보면
바람소리와 함께 저절로 쓸쓸해진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거의 반 이상을 지난 것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간다.
햇살좋은 곳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내쳐 오르면,
연주대에 오르는 마지막 길목에서 잠시 망서리게 된다.
연주대로 올라가는 길은 험해서 보조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한다.
우회로를 따라 1키로를 가면 연주암이다.
우회로는 어둡고 춥다.
산 위는 약간 단풍이 들었고
그 사이로 하늘이 조그맣게 조각으로 보인다.
연주암에 이르면 현수막이 어지럽다.
추계 3000배 철야기도, 그리고 수능 100일 천도재를 알리는 현수막도 있다.
수능천도재 현수막에 작은 글씨로 동참비 30만원이라고 쓰여있다.
여기까지 매일 올라와서 100일 기도를 드린다니
부모들의 지극정성이 정말 대단하다.
또 3000배 철야기도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사당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너무 멀다.
연주암에서 잠시 쉬고
과천 향교방향으로 내려온다.
3.
어깨가 아파서 골프약속 2개를 잇달아 취소했다.
별일 없으면 산으로 간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린다.
원터골입구에서 매봉을 향한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흙을 밟으며 갈 수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늦은 오후의 산은 어둡고 쓸쓸하다.
단풍은 아직 멀었지만 낙엽은 벌써 수북하게 쌓여간다.
어제는 아침비가 내리고나서 기온이 뚝 떨어져,
산 위로 갈수록 추워졌다.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리다.
바람소리는 스산하고
무성한 숲은 그늘이 져서 더욱 을씨년스럽다.
산행은 항상 초입이 힘들다.
4-50분 정도 힘들게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능선을 따라간다.
다소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그래도 초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능선을 따라가는 도중
사이사이 햇볕이 비치면 그 햇볕이 고맙다.
며칠전 매봉에 올랐을 때는 아직 더위가 남아있어 그늘을 찾았는데,
이제는 햇볕만 찾게된다.
매봉 정상 뒤편에서 뜨거운 국물을 파는 사람도 나오지않았고
간이매점은 푸른 천막천으로 휘감겨있었다.
며칠전 지난번 산행때, 매봉에서 쉬고있는데
어디선가 기계음이 계속 들려 쳐다보니
누군가 열심히 애니팡을 하고있다.
지하철에서도 가끔은 보는데
곁눈질로 보니 여자아이 점수가 15만점.
놀라웠다.
어두운 산길을 따라 내려오노라면
혼자만의 산행이 외롭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예전 초입에 있던 음식점들이 이제는 대부분 없어지고
그 자리를 아웃도어 가게들이 즐비하게 자리잡았다.
가게앞을 지나 내려가는데
젊은 남자가, 혼자 산에 올라가는 여자를 못보았냐고 물어본다.
베이지색 옷을 입고...
말끝을 흐리는 남자의 눈빛이 간절하고 애처롭다.
두어명 혼자 올라가는 여자를 보기는 했지만
무슨 색의 옷을 입었는지는....하고 지나치면서
다시 뒤를 돌아보았더니,
남자는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물어보고는
산을 향하여 빠르게 올라간다.
산행차림도 아니던데...
이미 5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
산에 오르기에는 매우 늦은 시간이다.
무슨 안타까운 사연일까...
그 아이의 눈빛이 간절하고 절박하게 느껴져서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4.
산에서 내려와
저녁에 후배들을 만났다.
식사후 맥주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
그리고 담소.
이제는 후배들도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조블 2012/10/18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