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대역 근처,
멸치국수를 먹으려고 고개를 숙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려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한다고 마음을 정한 다음부터
고개만 숙이면 이렇게 눈물이 나곤 했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에는
제법 긴 시간이 지나갔다.
창밖은 여름 무더위로 후끈거린다.
요양원을 알아보러 인터넷으로 몇십군데를 뒤졌다.
여러군데 전화도 했다.
괜찮아보이는 몇군데는 직접 찾아갔는데,
실상은 너무 열악해보였다.
대부분은 지저분하고 좁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누워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이 모습이 진짜 세상이고
내가 지금 일상을 살아가고있는 세상은
마치 <매트릭스>속의 세계처럼 꿈인 것 같았다.
집에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일산에서 좋은 곳을 찾았다.
규모도 크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차로 30분 거리.
8월 한여름, 어머니를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데,
왜 하필 그날따라 비는 내리는지....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2.
집이 텅 비었다.
1월에 큰 아이가 결혼해서 나가고 방 하나가 비었다.
3월에는 둘째 아이가 해외에 나가면서 또 하나가 비었다.
8월에 어머니마저 요양원으로 가고나니,
방이 3개가 비었다.
집사람과 내가
텅 빈 집을 이 방 저 방으로 다닌다.
때로는 빈 공간을 아이들이 채워준다.
둘째가 7월에 휴가를 다녀갔다.
가까운 동네에 사는 큰 아이는 며느리와 함께 매주 찾아온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어머니가 계시던 방에 들어가본다.
잠시 서성인다.
책장 위에는 트로피가 많다.
모두 내가 한창시절 골프치면서 받아온 상패들이다.
3.
지난 여름은 무더웠다.
36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속에서도 매일 골프연습장에 갔다.
두세달 연습장에 다니던 중, 한 달동안은 하루도 빠지지않고 공을 쳤다.
아니 공을 쳤다기보다는 공을 때리며 지냈다.
한번 가면 100분씩,
그렇게 공을 때리고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무더위로 연습장은 손님이 없어 텅 비었는데,
그 무더위 속에서 그렇게 내가 몰두했던건 무엇때문이었을까.
마음을 비우고, 잊어버리고....
살다보면 받게되는 상처들.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들이 아팠다.
그렇게 연습장에 갔으면서도,
정작 필드에 나가면 무너져버렸다.
여름이후 몇 번 필드에 나갔지만, 90타 아래로 내려가지를 못했다.
내 평생 그렇게 열심히 연습장에 다닌 적은 없었다.
연습장 한 번 안가도, 또 어쩌다 몇 달만에 골프를 치러가도,
90타는 칠 수있다던 자부심은 이제 사라졌다.
오른쪽 어깨가 나아가면서,
다시 왼쪽 어깨가 아프기시작했다.
집에서 <십자군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냈다.
그리고 청계산, 관악산, 북한산을 다녔다.
4.
친구가 시를 보내주었다.
친구/녹암 진장춘
그대와의 만남자체가 즐거운 이벤트다.
값싼 뚝배기 해장국 한 그릇 앞에 놓고
'처음처럼'소주를 마시면 진수성찬에 미주가 안부럽다.
우리는 천하를 바라지는 않지만
천하가 우리것 같다.
더는 바라지않고 환담하는 소박한 우리의 표정이
영화의 명장면보다 아름답지않은가?
이렇게 가끔 만날 지란지우가 하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서러운 과거를 이야기할때의 처연함도
현실을 비판할때의 의분도
미래를 낙관할때의 믿음도
모두 물거품이지만
그래도 오늘 우리는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즐겁다.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바람이 불어도
또 살아가야지....
*조블 2012/10/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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