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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다는 것

일상

by 아이현 2016. 1. 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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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봄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꽃피는 봄이라지만 아직 꽃도 피지않았고,

설사 꽃이 핀다한들 내게는 봄이 아니다.

 

3월초에 가까운 친구가 죽었다. 

지난 토요일엔 처남이 세상을 떠났다.

또다른 가까운 친구는 이제 곧 해외로 떠난다.

 

 

 

 

둘째 아이는 이번주 화요일 말레이지아로 떠났다.

두달정도 장기출장으로 예견하고 떠났지만, 도착후 카톡으로 연락오기를

현지에서는 벌써 1년쯤으로 기한연장을 이야기하고있단다.

 

큰아이 결혼하고 떠나서 허전하더니만,

둘째까지 떠나니 집이 텅 빈것 같다.

 

몸살로 며칠 앓았다.

날도 스산하다.

 

 

  

 

 

 

2.

친구는 호주에 일이 생겨 아주 오랜 장기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3월7일, 양지CC에서 진작부터 예정되어있던 골프를 치고나서,

다시 송별골프를 치기로 하였다.

 

3월10일 토요일.

갑자기 날이 매섭게 추워졌다.

김포 씨사이드 CC.

방한장비를 단단히 갖추고 나갔지만,

바닷가 골프코스라 바람이 몰아치는데, 한겨울이 따로 없다.

 

 

 

 

바다를 내려다보면 멀리 섬들이 보인다.

배들이 바닷가 모래밭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카트에는 작은 가스 스토브가 2개나 있었지만,

의자옆 비닐장막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만은 막을 수 없다.

 

골프치고 노래방까지 들러오니 한밤중.

1주일후에 다시또 송별골프를 치기로 했는데,

처남의 죽음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몸살끼가 살짝 들었는데, 계속 무리하면서 다녔다.

 

 

 

 

 

3.

3월17일 토요일,

처남이 세상을 떠났다.

 

내가 병문안 갔을 때, 처남은 진통제를 맞고도 지독한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했는데,

아직 의식은 있었다.

집사람은 병실에 들어가면서부터 울기시작했고,

병실을 나와 벤치에 앉아서는 끝내 통곡을 하면서 울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세상을 떠났다.

 

6개월여의 투병생활, 

나보다 7살이나 아래인 젊은 나이니, 어찌 눈을 쉽게 감을 수 있었을까.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덧없다.

 

 

 

 

인천에서 화장한 후, 용인에서 매장을 했다.

최신식 화장설비는 유족들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잘도 돌아가고 있다.

 

20개 정도의 화장설비가 있고, 관이 들어가는 곳마다

유족들이 밖에서 볼수 있게 되어있는데,

관이 들어가고 문이 닫치면서 크게 울음소리가 난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그치지않는다.

 

우리 옆에서 다른 유족들이 찬송가를 부른다.

며칠후 며칠후 며칠후...며칠후 며칠후 며칠후..

그다음은 아마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화장은 오래 시간을 끌었다. 거의 2시간.

그동안 나는 묘지들과 수목장 주변을 걸어다녔다.

나무 아래는 작은 돌무덤으로 장식되어있거나,

혹은 작은 표지석이 있다.

바람은 차고, 마음은 황량했다.

 

다 타고남은 그의 자리에서

작은 금속성 쇠붙이가 몇개 보인다.

테니스하다 당한 사고로 발목에 수술하면서 넣어놓은 보형물이다.

 

내 머리 속에서 ..며칠후 며칠후...가 떠나지않는다.

이제 우리도 간다.  

멀지않다,

며칠후 며칠후...다.

 

 

 

 

 

4.

둘째가 떠나게되면서, 일요일에 가족식사를 했다.

큰아이네, 둘째, 집사람과 여의도 일마레에서 점심을 먹었다.

둘째는, 형도 없는데 자기마저 떠나게되었다면서 엄마 아빠 걱정을 한다.

그래도 큰아이 내외는 같은 여의도에 사니,

매주 한 번씩 온다, 때로는 두 번씩도 온다.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봄바람이 상큼하다.

내마음이 쓸쓸해도 세월은 오고 간다.

봄이 온다. 

 

처남장례를 치르며 나도 앓고말았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둘째아이 떠나보내고는 누웠다.

 

 

 

 

누운지 하루만에

매달 모이는 동창 골프모임때문에 다시 몸을 추스렸다.

날은 많이 풀렸지만, 늦은 오후에는 몸이 스산해졌다.

 

몸살로 어깨와 허리 아프고 열까지 나는 사람이 골프를 치니

제대로 맞지도 않고, 힘만 든다.

더군다나 양지CC는 타고다니는 카트가 없어 걸어야하니,

보통때는 운동이 되어 좋더니만, 더 힘들다.

 

김포CC에서 잘 맞던 드라이버도 엉망되었다.

그래도 맑은 하늘과 산을 바라보며 억지로 마음을 추스려본다.

 

 

 

 

 

5.

저녁에 1년전 죽은 친구의 유고시집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벌써부터 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과 헤어진다. 떠나간다.

받아들여야한다.

 

.....자 (이 자, 검을 자) 는 흐리고 깊다는 뜻이다. 흑 은 너무 캄캄하다.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하여 다가오는 빛이다.....

김훈의 소설 <흑산 黑山> 에서,

정약전이 흑산이 아니라, 자산어보라 이름지은 마음을 헤아려본다.

 

주먹쥐고 내달아 온

중줏길 오십리

손바닥 펴 보니

바람 흔적 뿐

산을 좋아하던 친구, 시인 김광수의 유고시집에 있는, 

<뱀사골에서> 의 일부.

 

바람 흔적뿐...

바람 흔적뿐....

 

휴식이 필요하다.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조블 2012/03/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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