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다녀오면서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게 지냈는데 며칠 전 추위가 제법 매섭게 오더니
내내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월요일 사천공항에 내리니 11시30분, 입소시간 2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진주 시내로 가는 리무진이 있다. 입대합니꺼?
썬그라스를 낀 버스기사가 우리를 보고 말한다. 밥은 멕에야할꺼 아입니꺼,
시간나면 촉석루도 보구예, 중앙동 갑니더.
그러나 내 마음이 촉석루를 볼 마음은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야 비로서 가까이 함께 앉으니 둘째아이한테서 그때까지도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져온다. 어제 밤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침에 들으니 밤 2시도
훌쩍 넘어서 들어왔다 한다.
입대 전날까지도 그렇게 퍼마셔야할 아쉬움이 그리도 많았을까, 안쓰럽다,
누구나 겪고 거쳐야하는 일인 것을.
중앙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공군교육사령부까지 가는데 그동안에도 쉴 새 없이
아이한테 전화가 오고 통화가 이어진다, 이제는 한동안 끊어야할 사연들이리......
내 마음은 많이 무겁다.
부대입구에서 영내에 들어가면서 아이가 핸드폰을 넘긴다, 이제는 단절되는
시간이 온거다. 대기장소에 모여있다 연병장으로 아이가 들어가는데, 아이가
돌아서는 그 순간 집사람의 눈에 눈물이 비친다.
부모들이 모여있는 장소의 높이가 아이들이 모이는 연병장의 높이와 같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조교의 구령에 맞춰 정렬한 아이들이 금방 배운 구호를
외치며 부모들께 거수경례를 한다. 조금이라도 자식들을 더 보려고 부모들이
언덕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렇지만 한번 시선에서 놓친 아이를 찾기란 이제는
불가능하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이윽고 훈련조교의 구령에 따라 아이들이 자리를 이동하느라
줄 맞추어 뛰기 시작한다. 이제는 정말로 헤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를 찾으려해도
그 많은 무리들 속에서 찾을 수 없다. 큰 아이 갈 때는 들어가는 걸 끝까지 봤는데,
들어가는 것도 못보고.......무리들 속에서 끝내 아이를 찾아내지 못한 집 사람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그래도 들어가기 전에 아이를 가슴에 한번 안아준 것이
내게는 그나마 위안이다.
강당에 모여 설명을 들은 후 내무반을 둘러보고 진주 시내로 나오니 4시가 넘었다.
진주는 내가 학교 다닐 때 진양호를 가보고는 처음이니 30여년 만이다.
잠시 돌아볼까 했지만 아무 것도 내키지 않는다. 서울보다 기온이 5도정도 높다지만
해가 야산위로 가깝게 걸려갈 때 쯤 되니 거리에서 느껴지는 찬바람이, 자식을
떨구고오는 부모에게는 그대로 엄동설한이다.
사천공항에서 내려서부터 ‘하동’이라고 쓴 이정표가 여러 곳 보였는데, 하동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고장으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오래전 해외에서 지내는 4년반동안 오래도록 한국적인 것을 그리워하며 지냈었는데,
귀국하자마자 그 때 TV드라마 ‘토지’를 보던 감동이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일이련만,
최근에 다시 새롭게 연속극을 하니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윤씨부인, 서희, 길상, 봉순, 상현, 최치수, 환, 조준구, 그리고 수없이 많은 민초들,
그 인물들이 엮어내는 사연과 집념의 열기를 느끼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서희와
길상이 결국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여 당시 소설 여섯 권 전부를 - 이제는 완결되어
모두 16권이지만 - 사서 먼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최참판댁의 중심무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이지만 서희 일행이 조준구의 핍박을
피하여 간도 용정으로 떠나가느라 모인 출발거점이 진주고, 봉순이가 일행과 떨어져남아
소리하겠다 하며 기생이 되는 곳 또한 진주다.
진주 시내를 이리저리 걸으며, 여기 어디쯤이었을까, 하며 소설 속의 장면과 무대를
생각한다.
사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리무진을 타니 나올 때 운전하던 그 사람이다.
5시 비행기 타는 손님 있에요? 하니, 한 사람이 대답한다.
나는 6시 출발이니 여유가 너무 많다. 공항에 도착하니 4시47분,
썬그라스 낀 기사가 5시 비행기를 타고 갈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아직 시간 있으니께 화장실도 들렀다 천천히 가이소.
김포에서 밤 비행기를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데 시내의 네온불빛 위로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있다. 진주 낯선 벌판에서 아이가 처음 바라보는 보름달은 더 밝아
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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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주: 인현아 오랜만이다. 너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2002년 내 아들놈이 논산으로
입대하던 생각이 나는구나. 아들과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의 그 영원한 이별같던 순간,
난 내 터진 눈물샘을 막을수 없을 것 같아 연병장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지 애엄마도 마찬가지고.
그래 이럭저럭 세월이 흘러 올 7월에 제대하여 복학을 하였단다. -[12/2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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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주: 그래도 세월은 흐르더구나. 너보다는 네 wife 가 더 마음 시려 하겠지.
그래도 요새 아이들 어딜가서 인생수양 하겠니. 부모가, 사회가 해주지 못하는
또 다른 인성교육을 군이 해준다 생각하고 허전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추스려 보렴.
건강해라 -[12/2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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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의상: 인현이가 낚시에 관해 쓴 글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오늘은 아들 입대하는 글이구나.
아들놈 입대할 때 가보지도 않고 애 엄마가 배웅하여 눈물을 흘리는 애틋한 감정은 몰랐는데
네 글을 읽고 무심한 애비로서 반성을 했다.
김 재건이는 나도 여러 번 도움을 받아서 이번 기회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리플을 단다.
항공권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예약이 안 되서 애를 태울 때 재건이에게 부탁하여
금방 해결하면 고위층과 hot-line으로 통하는 줄 알고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고 고마워하지.
인현이도 내년에 모든 일이 원대로 이루어지고, 고마운 재건이도 복 많이 받고, 다른 친구들도
건강하고 만복이 가득 하기를 바란다. -[12/2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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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인현이 둘째아이와 우리 둘째아들이 고등학교동창이지...네글을보니 -[12/29-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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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마음이 찡해지기는 마찬가지구나. 우리 애도 1월20일 입대하게 되는데
그 소식을 들으면서 속이 -[12/29-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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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키보드가 엉뚱하게 눌러지네)짠^^하더라구. 아들이 추운 겨울에 훈련 받으라
고생이 많겠다..건강하게 훈련 잘 받고 오기를 바라고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 -[12/29-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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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산: 둘째마저 군에 입대했구나. 첫째 때도 마음을 많이 쓰더니만...,
아무쪼록 건강한 군 생활을 기원하지. 요즈음은 많이 바쁜 모양이구나. 나는 미국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새해에도 건강과 만복이 깃들고, 낚시 수업도
더욱 깊이를 더 하시라. -[12/3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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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도일: 마음은 아직 젊어 우리네 군대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들의 군대 입대를
걱정하는 아비들이 되었구나. 남의 자식들 군입대는 남자의 당연한 의무지만
내 자식의 경우는 안스러운 것이 상정이다. 엄하시던 아버님께서도 자식의 입대에
눈물을 보이셨다하시더라 .어찌보면 한국 청년의 불이익같기도 하지만 겪어본 우리는
꼭 그렇지만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애들 엄마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리겠냐만 딸만 둘인 나는
군대도 다녀오지 못한 사위는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인다. 언제 또 사서 고생을 해보겠는가?
이 젊은 나이가 아니면.... 집에서 너무 걱정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군생활 잘하기를 기원하면
어떨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자식이니까 !!! 장인현! 너는 날 잘 모르지?
동창중엔 방도일이도 있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나님께서는 예뻐지시길 기원합니다.
-[12/30-21:38]-
*조블 2005/10/08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