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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연말의

일상

by 아이현 2015. 12. 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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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엔가 겨울이 와있습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덕수궁 뒤 돌담길은 보도위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었고,

무심한 청소부는 낙엽을 걷느라 바쁩니다.

하비브하우스 돌담길에는 전경들이 추위에 떨며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돌담 그늘을 피해 햇살 따뜻한 길을 찾아가며 걸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특히 지난해 연말은 갑자기 닥쳐왔던 변화와

그로인한 충격,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야말로 혼돈의 계절이었습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그 혼돈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힘들어했습니다.

언론계에서 종사하다 그 당시 미국 뉴저지에 이민가서 살고 있던 선배는

나에게 답답한 심경을 격렬하게 토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나는 선배에게 긴 답신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도 답답해하고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픈 상처가 많이 아물어,

아직도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조국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을 겁니다.

200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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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 형,

혼탁한 연말의 잔해들을 바라보며 깊은 감회에 빠져듭니다.


그의 은퇴회견 기사를 본 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니 큰 아이가

소설 "체스"를 건네어줍니다.  순수가 폭력 앞에서 좌절하고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체스 게임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나 나찌에 조국이 합병되자

망명생활을 하다가 남미에서 자살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작품인데,

제가 진작부터 좋아하며 경탄을 금치 못하던 작가입니다.


그는 생존시 프로이드와도 교분을 갖고 프로이드의 사고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의 영혼 속에 내재해있는 야만성과 근원적인 파괴본능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 다가올 세기에는 적어도 제 민족의 공동생활 속에서

이들 본능을 억제하는 하나의 형태가 발견되리라는 것.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본능은 근절되지 않고 아마 긴장을 유지하는

필연적인 힘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것들......‘


그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광기와 우연의 역사”, “조셒 푸쉐-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은,

인간심리에 대한 탁월한 고찰로 역사의 내면을 파헤친 역작들로서 요즈음

다시 읽기시작했는데 읽는 재미 또한 대단합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 무력하게

함몰되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가슴 저리게 그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한 순간이, 하나의 우연한 행위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이면의 이야기들이

오늘의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안타깝게도, 지지는 하였으되 사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의 패배와 눈물에 와서야 비로서 한 인간의 성숙을 본다는 역설을

생각하며 애정을 느낍니다.

패배에는 항상 슬픔과 운명을 느끼게 하는 감동이 따라가는 것이지요.


반면 현실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반칙과 선동을 하고 증오를 부추기며 파괴본능을

조직화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를 합니다. 왜 우리는 ‘최선’과 ‘차선’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항상 ‘차선’과 ‘최악’에서의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가 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 주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왜 똑같이

이렇게 느끼고 있어야하는가, 갈등의 엄청난 후유증 그리고 그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렇게까지 만든 지도자의 문제와 여태까지 이런 지도자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슬픔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무엇을 바꾸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사회생활도 끝나가지만,

우리의 젊은 후배들만은 지역에서 오는 좌절과 모멸을 겪지 않아야하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음을 빙자하여 촛불을 훔치는 자’ 에게도 서푼어치의 논리는 있는 법.

그러나 몇 가지 고무적이고 기대 섞인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진실은 항상

극단이 아니라 중간 어디쯤엔가 있는 법이니까요.

성경을 읽음을 빙자하였으니, 이제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가지고 그들이

성경을 읽을 것인지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연말의 혼탁함을 바라보는 요즈음의 저는 개인적으로 쓸쓸한 나날입니다.

큰 아이는 1월에 군대를 갑니다.

둘째 아이는 이번에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회사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경영진의 교체가 임박해 있는데 여기 자리도

무슨 큰 자리라고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결정이 미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일도 뜻대로 끝났으니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 한 자리라도 놓치지

않으려하겠지요.


여름이후 공을 치는 즐거움 외에는 없습니다.

선거날 에도 투표한 후 뉴코리아에 갔습니다.

25일에는 광릉으로 갑니다. 겨울 산야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아주 큽니다.

자연만을 벗 삼아 살기에는 너무 속세에 물들어 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지내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는 산에 다니려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제세그룹 쓰러지고 나서 이창우가 쓴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가슴앓이 하는 형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설사 우리에게 그 ‘사흘’이 너무나

길다할지라도........


그대 슬퍼하는 이여 고개를 들라.

갈보리 언덕과 부활의 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과 기쁜 날은

불과 사흘 사이이니라.


2002.12.

서울에서  현 드림

 


 

*조블 2005/10/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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