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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별곡

일상

by 아이현 2016. 1. 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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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즈음 보기드물게 맑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5월말 친구와 청계산 다녀온 후,

투표날에는 집사람과, 지난 주말에는 모임에서 다시 청계산에 다녀왔다. 

 

 

청계산은 강남에서 가깝고 산이 육산이라 찾는 사람이 많다.

가끔 산에도 가지만, 때로는 산행이 아니더라도

점심약속을 청계산 입구의 음식점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후 차 한잔 하고 주변을 걸으면 기분이 상쾌하다.

 

 

 

2.

친구와 산에 오르는 길은 한가했다.

조금은 한적한 옛골 버스정류장에서 이수봉으로 오르는 길을 잡는다.

정상에 올라야하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니 걷는 걸음이 편안하다.

 

입구에서 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낚시터가 있다.

등산배낭을 지고 낚시터를 찾아,

물속에서 노는 붕어와 잉어를 한가하게 바라본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때문에 낮에는 제대로 낚시가 될리없겠지만,

관리인은 밤낮 구분없이 붕어가 잘 나온다고 말한다.

붕어들이 수면 바로 아래에 떠다닌다.

이래서야 입질이 있을 수 없다. 

 

낚시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으로 접어든다.

조금 늦은 시간에 출발한데다 낚시터에서 제법 쉬었으니,

산행 초입에서 벌써 점심식사를 해야하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물가 근처의 정자에 자리잡고 가볍게 요기를 한다.

막걸리까지 한잔 마시니 잠시 노곤해진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사격훈련하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있으니 훈련을 하는지 총을 든 미군들이 내려온다.

 

쉬엄쉬엄 하면서 이수봉에 오르니 정상석 뒷면에

이수봉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쓰여있다.

조선의 선비 정여창이 사화를 예견하고 이 산에 은둔하여 

죽을 위기를 두번이나 넘겨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결국은 그도 마지막에는 귀양을 가서 죽고,

죽은 다음 다시 부관참시를 당하고 말았으니, 세번까지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노인 부부가 하산길에 동행한다.

그들은 매봉에서부터 오는길이니 종주를 하는 중이다. 대단하다.

설악산 종주이야기도 하는데, 젊은 노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경사가 급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산행은 더웠다.

 

 

 

3.

선거날이다.

일찍 투표를 하고 집사람과 청계산으로 나섰다.

 

청계산 원터골 못미쳐 주차장이 있는데 오늘은 무료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댈 자리가 없다.

경부고속도로변 주차하는 곳도 차들로 만원이다.

 

결국은 다시 원터골입구에 돌아와 음식점에 차를 댔다.

<조선면옥>은 몇년 전까지만해도 허름한 장국밥 집이었다.

 

 

몇해 전 뉴스에 나오기를,

어느 음식점의 계산대 직원이

손님들로부터 받은 음식값을 몰래 빼돌리다가 발각되었는데,

그 규모가 작은 음식점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아마, 월 몇천만원 정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정도의 느낌이었다.

들어오는 돈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 주인이 

CCTV를 설치하여 그 현장을 적발하였다.

그 음식점이 있던 자리에, 현대식으로 다시 지어 개장한 것이 <조선면옥>이다.

 

한두달 전에는 점심식사하러 왔다가, 등산차림으로 온 이수만을 보았다.

2년 전인가 <남해힐튼>에서도 본적이 있었다. 

그와의 산행에 동행한 인물들이 모두 준수한 용모와 연예인의 풍모를 보였다.

 

 

청계산 원터골은 최근 몇년사이 놀랍게 변했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패션은 날이 다르게 변하고 화려해졌다. 

 

오는 길 주변에 현수막들이 꽤많이 걸려있다.

토지수용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는 내용들이다.

부동산이 개발되는 지역에는 어디나 이런 문제들이 있다.

 

몇해 전인가, 아마도 전철노선이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전철이 이곳을 지나면서도 역은 없다는 것이 계획의 원안이었던 모양이다.

그때도 현수막이 여럿 걸렸는데, 현수막의 내용이 재미있다.

- 지나만 가겠다고? 그렇게는 못하지 - 

 

 

원터골 쉼터까지 가는데도 때이른 한여름 더위로 땀을 꽤 흘려야한다.

전에는 사람들을 피하느라고 입구에서 오른쪽 샛길로 올라가 쉼터까지 가곤했는데,

이 길은 가는도중 내내 따가운 햇볕을 피할수 없다.

 

원터에서 막바로 원터골 쉼터로 가는 길은, 

계곡에 물이 있으면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니 편안하다.

 

쉼터에서 잠시 쉬고 매봉으로 향한다.

 

 

매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웬 계단이 그리도 많은지...

땅을 밟으려 산에 오는 사람들은 짜증이 난다.

계단은 흙의 유실을 막는 최소한으로, 

험로에서는 올라가기 쉽게 도와주는 최소한의 인공물로 그쳤으면 좋겠다.

 

천몇백개의 계단을 오르는 길은 등산이 아니라 인내의 시험장이다.

집사람이 도중에 내려가자한다.

조금은 한적한 길로 내려오다가, 도중에 원터골 쉼터를 지나간다. 

 

쉼터에는, 아마추어 밴드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있었다.

세명의 노인(?) 들인데, 노래를 정말 기가막히게 잘 부른다.

가수들은, 산행 초입에서, 내 앞에서 기타와 장비들을 지고 힘겹게 오르던 그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래는 7080 노래들이다. 

홍삼트리오의 <기도>

 

그리움에 불러보는 ♬

아픈 내가슴속에 맺힌 그녀

나 언제나 한숨지며 그리워할 때 ♬

성모앞에 드리는 기도

내 님의 소식 전해주소서

가버린 님 언제나 오시려나

그리워 지친마음 오늘도 기다리네 ♬

......

 

 

그리고 이어지는,

이명훈의 <그대로 그렇게>

 

내사랑하는 그대여 ♬ 정말가려나

내가슴속에 외로움 남겨둔채로

내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

내가슴속에 서글픔 남겨둔채로 ♬

 

떨어지는 저 꽃잎은 봄이면 피지만

내사랑 그대 떠나면 언제오려나...

.............

♬...........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어떡하라고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울어버릴걸

 

오~ 그대여 ♬

한마디만 해주고 떠나요

지금까지 나를 정말 사랑했다고

오~ 그대여 ♬

이 한마디 잊지말아요

나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는 것

....

 

곡이 끝날 때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그들이 부르던 노래를 생각하며 산을 내려왔다.

 

 

 

4.

토요일 모임장소는 원터골 입구.

양재역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가기로했다. 

양재역은 등산복차림의 사람들로 복잡하다.

복잡한 버스를 타고 원터골에 내리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매봉 못미처 매바위가 있는데,

근처에 바위밑을 돌며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다. 

그 앞에 스님이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한다.

몇해 전 산아래 초입에 자리를 잡고있던 바로 그 스님이다. 

 

 

천천히 쉬면서 오르니 2시간만에야 매봉에 올랐다. 

 

산에서 팔 음료와 술을 지고 올라가는 청년이 있다.

산 위에서 사먹는 음료와 술값이 비싸다고 탓할 수는 없겠다.

 

매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야말로 유유자적하며 산을 내려온다.

내려오다 쉬고, 계곡에서 물에 발 담그고, 졸리면 잠시 눈을 부친다.

내가 지향하는 산행은,

빨리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에 오래 머무는 것. 

 

일부러 원터골 쉼터를 지나서 내려온 건

그때 가수들의 노래를 다시 듣고싶은 마음때문이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그들도 쉬는지 보이지않는다.

 

 

식당들이 혼잡하게 들어선 산입구에 내려오니 오후 4시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양재역까지 나오는 버스가 등산객들로 미어터진다.

 

버스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시비가 붙었다.

부대끼다보니 건드리게되고, 그러다보니 그게 싸움으로 이어진다.

혼잡한 산행후 한 장면이다.

 

이제는 멀리 떨어진 산을 찾아 올라야겠다.

 

 


*조블 2010/06/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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