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식을 키울 것인가.
조금 이상한가? 아이들은 스스로 혼자 자라는건데.....
아이들의 사고가 이전과는 달라졌다.
아니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잘못이 있을 수도 있겠다.
정확하게는, 달라진 것 같아 보인다.
우리 때와는, 자신의 주장과 의사표현의 강도와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속으로만 생각해오던 우리의 사고에서 보면, 무언가 아쉽고 예의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은 충동도 얼핏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것보다는, 이즈음의 아이들이
우리 때보다 인내심이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율적인 의지와 자기억제력의 문제이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이와 다소 연관이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논술에 대한 내 생각과 우리 아이들을 지도했던
이야기를 올렸는데, 몇 분의 댓글에서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같음을
느꼈기에, 나름대로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써보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돌이켜보니, 내 경우에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게 걱정시키지 않은 편이라
다행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아이들 이야기가 무슨 도움이 되랴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도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야 다 같을 것이고 이야기를 쓰다보면 혹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들이 둘 있다.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딸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끔 들기는 한다.
큰 아이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들이 공부, 공부하면서
아이들한테 스트레스를 주는데, 내 경우에는 나름대로 고집이 있어
학원에는 보내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학과공부를 위한 학원에는 보내지 않고,
대신 몇 가지 기본적인 교육을 시켰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수영을 시작하여 몇 년 동안 열심히 배우게 했고,
초등학교 때는 한동안 태권도를 시켰다.
아울러 한자공부도 1-2년 하게해서 나중에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논리적인 사고를 전개하는데 뒷받침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내 생각에는 우선 건강한 신체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에 기본적인 교양과 합리성이,
특히 남자에게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에도 취미를 가지도록 유도를 했는데,
부모가 책을 읽으며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공부가 나중에는 결국 독서량과 사고력에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큰 아이는 책을 좋아해서 엄청나게 독서를 많이 하였는데, 이것이 나중에 자양분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중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학교생활에서 초반에는,
학원에서 강력하게 훈련된 아이들하고 경쟁을 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주변 또래들 중에 학원을 안다니는 아이는 우리 아이들밖에 없었는데,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주변의 분위기와 집사람의 불안감 때문에
나 혼자 독야청청 고집만 부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나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큰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늦은 시기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셈이다.
큰 아이가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춘기가 와서 그랬는지,
공부에 소홀히 하여 나와는 크게 한번 다툼이 있었고 아이가 조금은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도 반성을 하고, 어떤 문제에 있어 노골적으로
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서서히 물에 젖어가듯이 긴 시간을 가지고
내 의견을 주입시키려 하였고, 이 때 엄마의 부드러운 역할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는 아주 잘 이야기를 하는 편이고, 집사람이 이때 잔소리와 대화를 잘 병행해준 것 같다.
공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채근하여 책상머리에 앉히는 것이 아니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고 의지를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아이가 노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애를 많이 썼다.
말하자면 나는,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때는 놀아라 하는 의견이었는데,
눈치를 보다보면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낭비가
너무나 많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부란 어차피 장기간의 마라톤인데 죽기 살기로 매일 24시간 공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공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이에게도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집사람과 의견대립이 가끔 있었다.
아니, 시험이 내일 모렌데 무슨 당신은 애를 그냥 놀라고만 하느냐, 이런 비난을 받았다.
이럴 때는 나하고 애한테 싸잡아서 함께 야단(?)을 쳤는데, 그래도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끝까지 믿었고, 아이와 나는 이 관점에서는 같은 편이었다.
공부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므로,
아무리 공부를 강제로 시켜도 스스로 할 마음이 없다면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무리 많다 해도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이야 급하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하여 부모의 인내와 서로간의 대화, 그리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리하여 얻어지는 결과는 인내에 대하여 충분히 보상이 될 만한 결과를
보장한다고 나는 믿는다.
다행히 큰 아이는 고 2때부터 스스로 열심히 하여 제가 원하던 학교, 희망하는 과에 진학하였다.
큰 아이와 3년 터울인 둘째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교내 영어서클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이 수십 년 된 서클이 남자고등학교 2개 학교와
여자고등학교 2개 학교가 함께 활동을 하는 서클이었다는 것인데,
작은 아이는 사춘기와 함께 갑자기 닥쳐온 이 화려한 무대에서 막무가내로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도
서클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빼앗겼지만, 그러나 작은 아이의 경우에는 영어연극을 한다고
함께 모여서 연습도 하고, 모임이 끝나면 서클 선후배들과 명동에 나가서 식사도 하는데
그 모임이 아무래도 공부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는 것 같아, 나와 집사람은 걱정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때는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 정말로 화가 난 나한테
엄청 야단도 맞았지만, 그 생활에서 절제하고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말로도 타이르고 몇 번 혼을 내기도하였지만 쉬이 말을 듣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약간 허용해주고 그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참가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는데
이 방법이 나았다고 생각된다. 고3이 되니 자신도 마음이 바빠졌는지 공부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항상 자기의 주관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격려하는 이야기를 하였고,
뒤늦게 불안해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설사 대입시험에 떨어지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하여,
심리적인 안정감을 우선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까짓거, 떨어지면 1년 더 하지 뭐, 인생 길게 보면 1년 아무것도 아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사람한테, 무슨 방정맞은 이야기를 하느냐, 말이 씨가 된다는데...하는 눈총도 받았지만,
다행스럽게 둘째 아이도 제가 원하는 대학교, 희망하는 과에 진학하였다.
큰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더니 한동안 누구나처럼 대학생활을 하였다.
처음에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간 아이가 대견스러워 집사람도 별 간섭을 안 하더니,
점차 시간이 흐르자 잔소리가 조금씩 시작되었다, 대학 가더니 공부는 안하느냐 는등....
나는 계속 놀아라, 즐겨라 하는 입장이었는데, 속마음으로는,
그래 인생에 네가 마음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이때밖에 더 있겠느냐,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그때는 스스로 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때 가서 공부를 하면 되는거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집사람은 내 의견에 간혹 동의하기도 하다가, 또 잠깐 불안해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큰 아이는 학교내 락밴드 그룹에 들어가 드럼을 치기 시작했고,
교내에서 공연도 가졌는데 한동안 그렇게 지내더니, 3학년을 마치고 육군으로 입대하여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양구에 있는, 같은 사단, 같은 연대에서 군복무를 하다
금년 2월에 만기 제대, 복학하여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제대하기 전부터는 나름대로 제대 후의 공부에 대하여 생각을 하더니,
제대 후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는 공부를 시작,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큰 아이에게는 혼자서도 스스로 잘 할 것이라는 강한 신뢰를 가지고있다.
둘째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더니, 그동안의 억압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며
놀기 시작했는데, 농구동아리에 들어가서는 매일 운동만하고 지냈다.
도대체 학교를 공부하러 가는 건지 농구하러 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억세게 농구를 하더니, 하루는 앞 이빨을 건들거리며 들어와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치과에서는 이빨이 아직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으니 신경치료하여 잘 추스르면
제대로 고정시킬 수 있겠다고 했는데, 며칠 후 농구를 하다가 다시 부딪쳐
이빨이 완전히 뽑혀서 밤중에 들어왔다. 할 수없이 임프란트 한다고 수백을 날리더니,
또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는 한밤중에 느닷없이 목발을 짚고 집에 들어왔다.
아침에 멀쩡하게 나간 아이가 한 밤중에 목발을 짚고 들어왔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농구를 하다가 다리 어딘가 뼈가 부러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놈의 농구를
격투기처럼 하고 다니는지 어이가 없었다.
농구한다고 매일 늦게 오고, 주말에는 농구심판 봐주러 간다고 나가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하였다.
큰 아이한테는, 놀아라 하는 입장이었지만, 둘째 아이한테는 고등학생한테 하듯이 공
부하라고 잔소리도 여러 번 하였다.
하여튼 2학년을 놀면서 마치고 작년 12월에 공군으로 입대하였는데,
그때 진주에 있는 공군훈련소에 데려다주면서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를 쓴 글이
<진주에 다녀오면서>이다. 입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며칠 전에 상병을 달았다.
그래도 둘째 아이가, 언젠가 내가 면회를 간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집으로 전화해서는,
돌아서 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았는데 키가 작아지셨어요,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제 엄마한테 하여 나를 가슴 미어지게 만든 놈이다.
나는 둘째 아이도 군 복무 후반쯤 되어서는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이 서게 되면,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 이야기를 쓰다 보니, 그만하면 아이들이 큰 걱정 안 끼치고 잘 해준 것 같다.
내가 아이들한테 바라는 것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예의를 갖추고, 감성이 풍부하기를......이런 것들이다.
겸손한 욕심 같으면서도 과도한 욕심일까?
어찌되었건 세속의 것보다는 인간의 깊이를 갖추기를 원한다.
예의를 갖추는 것과 관련하여, 식당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가면
간혹 버릇없이 키운 아이들이 주변에서 소란피우는 장면을 가끔 본다.
나는,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버르장머리없이 소리 질러가며 떼를 쓰거나 주변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있다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어른들이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어릴 때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려하면 정말 엄하게 야단을 쳐서,
그런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였다.
내가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힘은 내가 얼마나 내 주변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고,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냐, 에 달려있다고 믿는데,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고 가르치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어떻게 자식을 키울 것인가.
정리해 보자면, 무엇보다 자식에 대한 신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주 이상할 정도로 심하게 엇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부모가 잔소리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자기의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이다.
인생에 대하여는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으며, 부모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그이상의 역할을 하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다.
어차피 아이들은 인생의 후반 상당부분을 부모 없이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글을 쓰게 된 것은 아델라이데님이 남겨주신 댓글이 계기가 되었다.
아델라이데님, 그리고 자식문제에 관심과 걱정이 많으신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긴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주제넘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많이 송구스럽다.
*조블 2005/12/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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