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로또 광고를 보았다.
복권이 당첨되어 기뻐서 뛰는 사람들, 택시기사도, 생선장수 아주머니도 있다.
벼락이라도 그런 벼락이라면..... 하고 있는데, 광고 속에서 이제는 나를 향하여 말한다.
<이번에는 당신입니다.>
아니, 이런 횡재, <인생역전>을 보여주면서 사람을 들뜨게 해놓고는,
<자 이번에는 당신입니다> 하니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지하철을 기다리며 피곤하게 서 있을 때, 이런 카피는 사람을 흔들어서
누구나 복권 몇 장 정도는 사고 싶어지게 만든다.
한 때 로또 복권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던 초창기 때 이야기다.
지금도 이 광고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광고를 보면서, 기뻐하는 표정 그리고 생선에 입맞춤하는 장면을 보며,
그들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이 광고 문안대로 인생역전 하는 것을 축복하며
마음이 편안해 졌다.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하는 건 그 다음, 잠깐 스쳐갔을 뿐이다.
인생에 이런 횡재는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크게 욕심이 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복권을 타는 사람도 있고, 생전 몰랐던 유산을 어느 날 갑자기 받는 사람도 있고,
또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엄청난 부를 손에 움켜쥐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나 들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이고,
나에게 닥쳐 올 수 있는 운이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올 것이 아니니,
그럼 없는 것이지, 이렇게 진작 정리된 사항이었다.
주말에 TV를 보는데, 아역스타들의 고뇌, 혹은 훗날의 좌절, 이런 내용의 프로였다.
화려한 스타를 꿈꾸거나, 그런 희망으로 일하는 그들의 어린 삶도, 내면에는
폭발하고 싶은 고뇌로 가득하고, 그들은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
더구나 한때 인기와 명예를 지니고 살았던 한 아역 스타가 오늘을 사는
신산한 삶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인생살이에는 인생역전도 있지만, 인생몰락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몰락은 우리의 주변에서 역전보다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실감이 더 나는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서울 변두리에서 살던 사람이 있다.
그는 물려받은 땅에서 논과 밭을 갈아 어렵게 살았다. 사실 당시에는 대부분 가난하였다,
그러나 아마도 그의 삶이 많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겨울에 여유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러오면 -
당시에는 스케이트나 썰매를 탈 수 있는데 라고는 밭에 물을 가두어 얼려 만든 노천 마당이
거의 유일하였다. - 그는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고, 그런 수입으로 살림에 보탰다.
그러다가 서울에 개발 바람이 불고 그가 물려받은 땅은 엄청나게 값이 뛰었다.
그게 지금의 천호동이니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깨어보니 그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인생살이가 새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그는 이제 더 이상 그 옛날의 그런 가난한 농부가 아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꾀었고 사람들은 그를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그도 주변의 달콤한 이야기에 맛을 들이며 따라갔고, 이윽고는 빌딩을 짓고,
가전 대리점을 여러 개 내고 회사도 차리고 회장님이 되었다.
이즈음 내 친구 하나가 그가 소유한 빌딩에 세를 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그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잘 모르는 분야에 분수 넘치는 규모로
확대해가던 사업은 주변에 꼬이던 사람들의 사기와 시장의 부침에 따라 허물어졌고,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그는 그가 잠시 가져보았던 큰 재산을 모두 잃었다.
몰락한 그를 아마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어쩌다 내 친구에게 들러 소주를 얻어 마시고 그리고는 쓸쓸히 갔다.
그러니 그의 삶이 얼마나 허망하고 절망적이었을까.
중세 언젠가, 중앙아시아 어느 곳.......
백성들이 사는 거리에는 거지도 많았다.
젊은 거지에게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거나 혹은
잠시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게 언제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남아있는 그의 인생은 현재처럼 평생 거지일 뿐이었다.
거리가 그의 집이었고, 돈 한 푼 동냥하고 밥 한 끼 구걸해서 먹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잠이 들면 그게 그의 삶이었다.
그것이 또 그의 내일의 삶이었고, 또 그 다음 날의 삶도 그리할 것이고,
그 다음의 다음 날도...... 그래서 죽는 날까지..... 여기에는 한 치의 틀림도 없었다.
어느 날, 한 노인이 그에게 동냥을 하고 동정의 말을 던진다.
몇 번의 동정이 한동안 계속된다.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거지는 피곤해서 잠이 든다.
아마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미혼약이라도 썼던 것일까.
그가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그런데 그가 깨어난 곳은 화려한 침대 위였다.
깨어난 세상은 그가 평생 꿈꾸어본 적이 없는 화려한 세상이었다.
화려하게 장식한 궁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의 놀라움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온갖 보화와 의복은 자신이 마음대로 가질 수 있었고, 밖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였고
뒤질세라 새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시녀들이 그를 위하여 시중들었고, 산해진미는 그가 원하면 언제나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어떤 여인과도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어찌하여 자신이 여기 와있는지 몰랐고, 그의 의문에는 누구도 답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거지로 살았던 인생이 아마도 꿈이었으리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더 이상 의문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쫒아야할 쾌락이 너무나 많았으므로. 그리고 영원히 계속되리라 믿었으므로.
실제로 그런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도 어제 같으리라 추호의 의문도 없이 잠에서 깨어난 아침, 그
는 자신이 옛날의 거지로 다시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t.b.c.
*조블 2005/11/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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