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는 여름부터 계속 혼란상태였다.
획 하나 긋는것도 쉽지않았다.
그러한 혼란은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고 선배들은 이야기했지만
막상 직접 겪어야하는 나로서는 매우 힘들었다.
종이를 연습지에서 작품지로 바꿔보았다.
먹물을 쓰다가 직접 먹을 갈아서 써보기도했다.
때로는 획이 힘없이 그냥 날려가거나
또는 먹물이 지나치게 넘쳐난다.
아무 것도 조정이 안되는 과정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지나갔다.
그런데 더욱 답답한 것은 설상가상으로
9월말 10월초에 3개나 중요한 행사가 몰려있다는 것이었다.
서예협회 회원전 작품 제출,
영등포 구민휘호대회,
그리고 선생님이 회장으로 계시는 남부서예협회 제13회 공모전.
선배가 이야기하던대로
이제 어느 정도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욕심도 생기기때문인가?
도록집에서 다른 사람들이 쓴 작품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혼자 빈 손으로도 획을 긋는 동작을 계속 하면서 지냈다.
우선 서예협회 회원전 작품을 제출했다.
제출하기 전, 같이 공부하는 동문들이 칭찬을해주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계속 불만족.
2.
9월 마지막 토요일, 10시30분,
영등포문화원에서 구민휘호대회가 열렸다.
토요일이라 마침 결혼식도 2건이나 있었는데
모두 친구들에게 축의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고
휘호대회에 참석했다.
아직 혼란상태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글을 쓰고 나오는데 엉망으로 썼다는 자괴감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친구들에게 엉망으로 쓰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오후에 빨리 문화원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도착하니 심사는 끝났고,
놀랍게도 내가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한다.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선생님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으면서도
나는 계속 멍한 상태였다.
여러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면서
제가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들이, 그 마음 이해를 한다며
언제까지나 항상 자기가 쓴 글이 부족하다고 느껴,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라 하신다.
며칠후 문화원에 들리니
금년에 상을 전부 다 가지고 간다며 축하해준다.
대상 작품은 표구하고 유리액자로 만들어 문화원에 상설전시를 한다.
이제 문화원에 글을 공부하러 갈 때마다 내가 쓴 작품을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상이야 내게는 영광이고 기쁨이지만,
민망하고 부끄러운 내 글을 항상 봐야하니
이것이 아마도 내게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하고
나를 다시 일어서게하는 죽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휘호대회가 끝나고
지난주초에 남부서예공모전 작품을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심사가 있었는데,
각 부문별로 몇명을 주는 우수상에 올랐다.
대상은 한글과 한문을 격년으로 주는데,
금년은 한글에 대상이 가는 해라 한다.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남부서예협회의 작은 공모전이지만,
그래도 우수상은 대상 다음의 최고상.
생각해보면
작년 3월에 처음 붓을 잡고, 1년만에 서울문화원연합회 휘호대회에서 동상을,
1년반에 구민휘호대회에서 대상과 남부서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니...
이 짧은 기간에 이런 성과를 이룬 사람이 없다고
선배들이 칭찬을 한다.
두어달 동안의 엄청난 혼란이 내게 성장을 이루게해준 것일까?
그리고 기쁨보다는 부끄러움,
자신감보다는 겸손함을 가르쳐준 것이리라.
*조블 2014/10/06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