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획 하나 긋는것도, 시작하기가 어렵다.
붓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 획을 긋고 다시보면 마음에 안든다.
추석연휴기간 2박3일동안은 애들이 와서
들며나며 지내다보니 아무 것도 못했다.
손녀들 보느라면 행복감 속에서도 정신은 없다.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았다.
인생에서 커다란 실패에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누구나 인생살이 어느 한때는 실패자들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
줄거리 (영화 홈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데…
음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음악을 알면 그 사람이 보이죠...
음악을 공유하면서 같이 듣는 노래,
As Time Goes By.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좋은 노래가 많았지만, 특히 내 기억에 남았던 노래,
뉴욕의 뒷골목에서 연주하던,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그리고,
건물 옥상에서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 Coming up roses.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가
얼마전부터 둘째가 방에서 크게 틀어놓고 듣던 노래들이고,
영화도 둘째가 강력하게 추천했다.
문득 또다시 생각나던,
며칠전 차 안에서 듣던 노래,
그 슬픈 가락과 내용에 울컥 솟구치던 슬픔.
기교없는 가사에서 오는 슬픔.
혼자 넘자니.... 그리워... 눈물납니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고개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
아무래도 가을을 타나보다.
밤에 나가보면 달이 맑고 크다.
추석,
밤바람이 서늘하기조차 하다.
글쓰기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거의 2개월정도.
도록에서 남이 쓴 글들을 보면 때로는 정말 멋있다.
혼자 획 하나하나 정성들여 마음 속에서 그 글을 써본다.
그러다 다음 날이 되면 그 글이 너무나 형편없어 보인다.
내 스스로 쓰지도 못하면서
보는 마음까지 혼란스럽다.
도대체 이 혼란은 어디서 오는것일까?
글쓴지 15년된 선배와 이야기해봤다.
이제 어느 정도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욕심도 생기기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거라고 설명해준다.
'조필삼십년에 부지자획이라' (操筆三十年 不知字劃)
'붓 잡은지 30년에 획 하나 그을줄 모른다' 는 창암 이삼만의 일화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느낌이 문득 든다.
그러니 조필18개월에 부지자획이 무리도 아니겠지...
선생님으로부터 가끔 내가 듣는 지적은,
'붓을 세우라' 는 이야기.
글을 쓰다보면 붓이 가면서 눕는다.
당연히 획에 힘이 없다.
획을 그어 가면서 계속 붓 끝을 세우려면...?
붓을 쉬게하면서 호를 바꿔줘야 붓이 선다.
선배에게 물어봤다.
얼마나 쓰니까 붓을 세울수 있습디까?
글쎄 한 7년쯤 쓰니까 붓을 세운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선배의 대답이었다.
그 말에 갑자기 내 안간힘은 그냥 무너져내렸다.
얼마나 주제넘은 이야기던가, 붓을 세우려던 내 욕심이.
그 후로 다소간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세월의 흐름에 맡겨야지....
그래도 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있다.
더구나 이번 9월에는 작품을 몇개 써야한다는 부담때문에 더 힘이든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거지...
그래서 비긴 어게인!
당나라 때 서예가 손과정(孫過庭)은 '서보(書譜)'에서
글씨가 뜻대로 될 때와 뜻같지 않을 때를
다섯 가지씩 논한 오괴오합(五乖五合)의 논의를 남겼다.
먼저 오괴(五乖)다.
첫째, 심거체류(心遽體留)다. 마음은 급한데 몸은 따로 논다.
둘째, 의위세굴(意違勢屈)이다. 뜻이 어긋나고 형세가 꺾인 엇박자의 상태다.
셋째는, 풍조일염(風鳥日炎)이다. 바람이 너무 건조하고 햇살이 따갑다.
공기 중에 습도가 알맞고 햇살도 적당해야 먹발이 좋다.
넷째는, 지묵불칭(紙墨不稱)이다. 종이와 먹이 걸맞지 않아도 안된다.
다섯째는 정태수란(情怠手란)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고 손이 헛논다.
이럴 때는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
오합(五合)은 이렇다.
첫째가 신이무한(神怡務閑)이다. 정신이 가뜬하고 일이 한가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
둘째는 감혜순지(感惠徇知)다. 고마움을 느끼고 알아주어 통할 때다.
대상과 일치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는 시화기윤(時和氣潤), 즉 시절이 화창하고 기운이 윤택한 것이다.
넷째는 지묵상발(紙墨相發)이니, 종이와 먹의 조합이 최상이다.
다섯째는 우연욕서(偶然欲書)다. 우연히 쓰고 싶어 쓴 글이다.
*조블 2014/09/10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