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겨울, J는 내게 사업에 대한 나의 판단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는 금융기관 임원 출신으로, 소위 IMF 금융위기때는
9시 TV뉴스에 그의 모습이 자주 나왔고 그의 발표 하나하나가 뉴스를 장식했다.
그후 중견기업 대표를 거쳐, 당시 어느 그룹회사의 상임고문으로 근무중이었다.
그는 별도로 자신의 다른 사업이 하나 있었는데,
근무중인 회사의 오너회장과는 양해된 사항이었다.
다른 사업이란,
어느 유력 중견기업 오너가 투자한 (갑)회사는 마케팅과 자금을 담당하고,
그가 만들고 투자한 (을)회사는 골재를 생산하는 회사였는데,
실질적으로는 (갑)이 사업전체를 결정하는 구조였다.
J는 이 사업의 초기단계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고,
주 투자자가 J의 의견에 의지하며 사업이 시작되었다.
3년전, 자금은 이미 총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상태.
자신은 사업에 시간을 충분히 할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단지 일주일에 한번 회의에 참석하였는데,
무언가 문제를 느끼면서 내게 한번 살펴봐달라 했고,
여차하면 내게 (갑)회사와 (을)회사 모두의 경영을 맡기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내가 3주동안 그 회사에 나가서 돌아가는 꼴을 보고, 포천의 석산을 다니면서 얻은 결론은,
-. 생산비용이 너무 높은 구조라 이익확보가 어려운데,
-. 원재료 공급처인 석산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타인의존도가 높아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고,
-. 인근 관련, 경쟁업체와의 갈등이 커서, 모든 것을 석산과 crushing plant 현장까지
우회하여 운송하는 관계로 불필요한 비용이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 인근 업체들과의 갈등을 여의도 본사에 앉아있는 경영진이 증폭시키는 오류가 있으며,
-. 또 다른 골재생산업체 들로부터도 제품을 받는데, 영업파트에서의 요구와 주도로,
물량확보를 위해서 과도하게 선급금을 주어, 높은 금융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이는
-. 그 생산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선급금 회수가 불가능해져서 여러가지 위태위태한 상황인데도,
-. (갑)회사의 사장이라는 자가 그런 인식이 없으니,
그를 배제하고 경영진을 교체할 수 없다면, 사업은 곧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결론내었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내가 몇개의 문제를 제기하자, (갑)사장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는데..
그러나 (갑)회사의 사장은 투자자가 보낸 인물.
J는 내게 감사를 맡아달라했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해 보일뿐만 아니라, 내가 경영의 통제력을 가질 수 없으며,
게다가 실시간으로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맡을 수 없다고 거절했는데,
인간적으로는 미안했지만, J가 상황을 똑바로 인식해주기를 바랬다.
J는 내 판단을 따르면서도 아직은 반신반의하며 그 사업을 끌고나갔다.
그러다 작년부터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사업은 파멸로 갔는데,
망한 집안이 통상 그렇듯이 소송으로 오가는 추악한 싸움이 벌어졌다.
(갑)사장이 실질적으로 모든 경영을 총괄, 전횡했으면서도, 상당히 많은 책임을 J에게 씌우는 상황이었다.
보증의 문제에 대하여, 재판에서 J가 패소하면서 최악에 몰렸는데,
결국 J는 자신의 집과 (을)회사의 토지와 장비를 그들에게 모두 넘기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게다가 그로인하여 남은 빚도 수억원.
사실 재판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이 진실의 탈을 쓰고있지만,
그렇지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
실체적 진실은 입증책임의 한계 또는 심지어 조작때문에
때로는 진실의 주인이 바뀌기도 한다.
그제 화요일 오후, 서초동 변호사사무실에서 최종 합의서 날인이 있었다.
나는 (을)회사의 형식적주주로서 자산 양도계약서에 확인하는 도장 하나 찍고 나왔지만,
J는 그의 평생을 모두 잃었다.
인생무상.
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그는, 반드시 재기할 것이다.
사업이라는 것,
쓰러지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하나 둘이 아닌 주변의 이야기들을 지금 모두 쓰기는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