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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목(入木)

일상

by 아이현 2016. 1. 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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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목(入木)

 

 

글을 배우러가면 선생님이 항상 법첩(法帖)의 순서에 따라 체본(體本)을 써준다.

체본을 가지고 임서(臨書)하는 것이 우리가 습작하는 보통의 방법이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다른때와는 다르게,

제자중 한명 앞에서 그가 쓴 글을 놓고 오랫동안 비판을 하셨다.

그는 이미 글 쓴지 몇년 되어, 내게는 상당히 쓴다고 보였는데,

글씨에 힘이 없다고 지적을 했다. 거의 30분이나.....

 

획 하나에도 힘이 없다

획에 뼈가 없다. 민숭민숭....

그냥 먹물을 칠한거다.

그러려면 펜(매직펜)으로 그냥 선을 긋지 뭐하러 붓으로 쓰느냐...

글씨를 예쁘게만 쓴다고 되느냐...

글씨 한 자 한 자 전체 모양을 뚫어지게 여러번 보고 글을 써야한다.

반복적으로 하는 말씀의 요지는, <글에 힘이 없다>는 이야기.

 

당(唐)나라의 구양순(歐陽詢,557~641)과 안진경(顔眞卿,709~784)은,

모두 일대의 명필. 

구양순(歐陽詢)은 서예가로서,

그의 필체는, 방정(方正)하여 반듯하고 근엄하여 율법적(律法的)인 특색을 지녔고,

안진경(顔眞卿)은 정치인이자 장수로서,

그의 필체는, 기세가 충만하고 활달하여, 힘이 넘쳐 강직하면서도 질박하다고 한다.

 

글씨에 힘이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끝에,

그래서 구양순(歐陽詢)보다는 결국 안진경(顔眞卿)을 더 높게본다는 이야기를 하며

입목(入木)을 말씀하셨다.

 

진(晋)나라, 왕희지(王羲之,321~379)의 글은 힘이 있다.

그가 목판에 글을 썼는데,

그 목판을 대패로 밀었는데도 글씨가 그냥 남았다.

먹물이 힘있게 목판을 파고든 것이다.

그렇게 대패질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목판에 글씨가 그냥 남아있었다는데,

여기서 입목(入木)이 유래하였다 한다.

글을 쓰는건, 먹물이 나무를 파고들어갈 정도로 힘이 있어야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힘이 있는 것과 먹물을 많이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가 쓴 다른 글, 이미 표구도 했는데

먹만 잔뜩 칠한 글이라고 평한다.

글은 반절지(35 x 135센티)에 다섯 글자였는데,

한번 먹물을 찍으면 그 정도는 그냥 끝내야지

다섯자를 쓰면서 매 글자마다 먹물을 찍었으니 먹물로 떡칠을 한거다...라고.

 

몇년 글을 쓴 선배는 그렇게 야단을 맞았지만, 그것도 수준이 그 정도 올라가야 야단을 맞는것이지,

나는 아직 지적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의 초보.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매번 내게 와서는, 잘 쓰는데, 잘 쓰는데....하신다 ^^...

 

선생님은 작년 서예대전에서 심사위원이었는데,

자신이 심사위원을 맡을 때

제자 중 누구라도 참가하여 상을 받았으면 하고 간혹 이야기하신다.

왕희지가 살아돌아와도 대상을 못받는다는 이야기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예술계가 그만큼 인적관계가 중요하다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매월말 서평회가 있는데, 서평회때는,

모두가 자신이 쓴 글을 벽에 걸어놓고 평을 받는다.

지난 달, 시작한지 20일도 안된 내가 글을 써서 함께 걸었더니,

다른 사람들의 글은 일일이 다 평을 했는데,

내 글 앞에서는, 선생님 왈,

참으로 담대하다,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감히 글을 올리다니...) ㅎㅎ

 

내가 요새 계속 듣는 이야기,

먹물이 많다....먹물을 줄여라...

먹물 다루는데 1년 걸린다니...휴..

 

 


*조블 2013/04/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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