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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일상

by 아이현 2016. 1. 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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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학고재에서 발행한 유홍준의 <완당평전>1, 2는

내용의 훌륭함과 자료의 아름다움도 대단하지만,

책 자체의 편집과 종이의 질감이라던지 너무나 잘 만든 책이라

책을 쓰다듬고있노라면 책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즐겁게 느껴진다.

수년전 읽고 아꼈던 책을 다시 펴드니, 읽는 느낌이 새롭다.

 

유홍준은 <완당평전> 서장에서,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는 말로

그의 평전을 시작한다. 

추사의 일생은 파란만장하다. 

 

 <추사고택>

 

 

그의 가계를 잠시 보자면,

김한신이 영조의 둘째딸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월성위(月城尉)에 봉하여지는데,

그는 추사의 증조할아버지다.

김한신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부인인 화순옹주는 열흘을 굶어 남편을 따라 죽었다 한다.

후사가 없이 죽어, 그의 조카, 김이주를 양자로 들여 가계를 이으니,

김이주가 추사의 할아버지다.

 

김이주는 아들을 넷 낳았는데,

장남이 김노영, 넷째가 김노경이고,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정조10년, 충청도 예산에서,

김노경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월성위 집안의 큰집인 김노영에게 아들이 없어,

추사가 8살무렵, 큰집의 양자로 들어갔으니, 이로써 추사는

월성위 집안의 종손이 되었다.

김노영은 추사의 양부고, 김노경은 추사의 생부다.

 

 

김정희는 호를 추사(秋史)라 했지만,

그후 완당(阮堂) 등 100 여개의호를 썼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몇가지만 이야기한다.

 

 

하나는,

추사가 여덟살때 생아버지에게 보낸 안부편지다. 

 

 <추사의 어릴적 편지>

 

 

책의 번역에 따르면, 

(굽어 살피지못하는 한여름에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모하는 마음이 절절합니다. 

소자는 (어른을) 모시고 책읽기에 한결같이 편안하오니 걱정 마십시오.

백부께서는 이제 곧 행차하시려고 하는데 장마가 아직도 그치질 않았고

더위도 이와 같으니 염려되고 또 염려됩니다.

아우 명희와 어린 여동생은 잘 있는지요.

제대로 갖추질 못합니다. 굽이 살펴주시옵소서. 이와 같이 사룁니다.

계축년(1793) 유월 초열흘 아들 정희가 아룁니다.)

 

여덟살의 나이에 썼다는 내용으로 읽히기에는 너무나 어른스럽다.

 

양자로 가기 전, 일곱살때 입춘첩을 써서 대문에 붙여놓았는데,

당시에 이름을 날리던 채제공(蔡濟恭)이 지나가다가 이 글을 보고 들어와  

훗날 추사의 명성과 비운을 예견하였고,

또 역시 글을 보고 들어온 박제가(朴齊家)가 추사를 훗날 제자 삼기를 바랐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추사가 노년에 접어든 시절의 이야기다. 

1840년, 추사의 나이 55세때, 그는 제주도로 유배를 떠난다.

유배가던중에 두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그의 자존심과 고집, 그리고 안하무인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다.

 

전주를 지날때, 추사는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1770~1847)을 만났다.

그는 빈한한 집안에서 태어나 혼자 열심히 글씨를 써서 익혀,

호남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서예가였는데,

지리산 천은사의 <보제루>라는 현판도 썼다.  

창암은 뒤에 언급되는 원교 이광사의 필첩을 보고 공부하였으니,

굳이 이야기하자면 원교의 제자라 할 수도 있겠다.

당시 창암은 추사보다 열여섯살이나 더 많은 71세의 노인.

 

창암은 청나라에까지 이름을 날린 추사에게 글씨를 보여주며 평을 부탁했는데,

한참을 침묵하던 추사가 말하길,

"노인장께서는 지방에서 글씨로 밥은 먹겠습니다" 라 하고 자리를 떴다.

 

그때 그 자리에 배석해있던 창암의 제자들이 

수모당한 스승을 대신해서 추사를 두들겨팰 작정으로 몰려나가려하자

창암이 말리면서 하는 말,

"저 사람이 글씨는 잘 아는지 모르지만

조선 붓의 헤지는 멋과 조선종이의 스미는 맛은 잘 모르는것 같더라"

 

추사의 기고만장과 지방 명필의 만남이다.

 

 

또다른 이야기 하나,

전주를 떠나 해남 두륜산, 대흥사(大興寺)(대둔사) 에서의 이야기다,

대웅전의 현판 <대웅보전(大雄寶殿)>은, 명필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1705~1777)가 쓴 글이다.

원교는 신지도에서 22년동안 유배생활을 했기때문에,

전라도 많은 절들에서 원교의 글씨를 받아갔다.

 

추사는 동갑내기 오랜 벗인 초의(草衣,1786~1866)선사에게,

"원교의 글씨를 떼어내리게, 글씨를 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것을 걸어놓고있는가..."

라고 말하고는,

지필묵을 가져오게하여, <大雄寶殿> 네글자를 멋지게 써서 주며

이것을 나무에 새겨 걸게 했다.

이 또한 추사의 기고만장이다.

원교가 세상을 떠난지 60여년후의 일이다.

 

그리고 차를 마시던 선방에도 <무량수각(無量壽閣)>을 써줬다.  

 

 <추사의 무량수각>

 

 

 

 

그후 세월이 흘러, 제주도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다시 해남 대흥사에서 초의선사를 만난 추사는,

8년동안의 유배생활을 돌이켜보며,

제주도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자신을 돌이켜볼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면서 떼어내라했던 원교의 <대웅보전> 현판을 찾았는데,  

아직 버리지않고 헛간에 보관하고있다하여, 그 현판을 가져오게 했다.

 

현판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던 추사가, 오랜 침묵끝에

"여보게 초의, 이 현판을 다시 달고 내 글씨를 떼어내게.

그때는 내가 잘못 보았네." 

 

교만과 독선을 버리고, 인간이 더욱 성숙해지고 겸손해가는 추사 만년의 한 장면이니,

이때 추사의 나이 63세다.

 

지금 대흥사 대웅전에는 원교 이광사의 현판이 걸려있다. 

 

 <이광사의 대웅보전>

 

 

이어서 전주에 온 추사는

창암을 만나 전에 그의 글씨를 모질게 비판한 것을 사죄하려고 찾았으나,

이미 창암은 3년 전에 죽었다. 

 

창암은 추사를 만난 뒤, 글씨는 한나라, 위나라의 고전을 원전으로 삼아야지,

진나라 왕희지를 받들면 글씨가 형태만 예뻐지기 쉽다는 이야기를 곧잘 했다 한다.

(아래 행서서도 참고)

 

 

 <이삼만의 행서서도>

 

 

추사는, 이런 순박하고 아름다운 분에게 왜 그랬던가? 후회를 하며, 

죽은 창암의 묘비명 "명필 창암 완산이공삼만지묘(名筆蒼巖完山李公三晩之墓)" 와 

아래의 묘문을 썼다고 전한다.

여기 한 생을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있으니,

후생들아 감히 이 무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뒤의 2년 반과 다시 유배를 간 북청에서의 1년,

추사는 이 시절에 최고의 명작들을 남긴다. 

 

북청 유배가 끝난후 67세부터는
과천, 청계산 옥녀봉 남쪽자락 - 지금의 과천 주암동 - 에서 살았는데.
봉은사 에 자주 들르던 그가 죽기 사흘전 마지막 작품, 봉은사 경판전의 현판 판전(板殿)을 남긴다.


넓고, 높고, 깊은 족적을 남긴 그는,
71세에 세상을 떠났고,
작년 8월 그가 마지막 살았던 과천에 <추사박물관>이 건립되었다. 
 
 
* 해남 대흥사(大興寺)는, 근대이전 대둔사와 대흥사로 불리웠다가 근대이후 대흥사로 정착되었다.
* 창암 이삼만 탄생 2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2010년 12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있었다.
* 글의 많은 부분은 <완당평전>에서 가져왔습니다.
* 추사고택과 편지 사진은 <완당평전>에서, 다른 사진 3장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후기 :
2002년 학고재에서 발행된 유홍준의 <완당평전>은 자료집까지 모두 3권으로 펴낸 책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그러나 이 훌륭한 책도, 재야의 박철상이라는 고수가 홀연히 등장하여
그 책에 쓰여진 오류를 무려 200군데 이상 지적을 하자,
드디어는 유홍준이 절판을 하여 축쇄판 한권의 책으로 바꿀수밖에 없었다.
박철상은 한학자 집안의 자손으로, 지방은행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사람.
세상에는 말없는 고수가 도처에 있으니 항상 겸손하여야할 것이다. 
 

 

 


*조블 2013/03/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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