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분당에 있는 <불곡산>으로 갔다.
산을 많이 다니는 친구가 나에게 추천한 코스였다.
친구들은 <불곡산>에 오른 후 태재고개, 영장산을 지나 남한산성까지 도는
소위 성남시계 종주코스를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나는 갈수있는데까지만 가고 무리는 하지말자는 생각이었다.
동행 두명중 한 친구는 지난번 지리산 노고단에서도 만났던 친구인데,
이미 2년여에 걸쳐 <백두대간>종주를 마쳤고,
몇년 전에는 20일동안 800km 의 국토종주를 마친 베테랑이다.
또다른 친구 한명도 우열을 다투기 힘들 정도의 산악실력을 갖추고있다.
2.
아침 일찍, 오리역에서 친구들과 만나,
<불곡산>들머리가 있는 구미동 무지개마을 삼림욕장 입구로 이동,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아침 8시 6분.
며칠 전부터 주말에는 비가 올거라는 예보였고,
실제 새벽에는 비가 내렸지만, 산행을 시작할 때 비는 그쳤다.
<불곡산>은 해발 312 미터, 별로 높은 산은 아니다.
얼마전 분당에 사는 후배로부터,
근처에 정말 좋은 산이 있는데, 흙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산이고,
인근 주민들의 좋은 산책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산이 바로 <불곡산>이었다.
실제 산을 오르는 초입에서는 가벼운 산보차림의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러나 산은 산.
삼림욕장 입구에서 <불곡산>정상까지의 거리는 3.3km.
땅은 육질이라 걷기 편하고, 숲이 하늘을 덮어 그늘 속을 걷지만,
여름의 더운 날씨에다 장마철이라 습기가 올라오는데, 온몸이 후꾼거린다.
<불곡산>정상을 지나면 <태재고개>를 만난다.
<태재고개>는 분당 열병합발전소 에서 광주시 오포로 넘어가는 고개다.
차도를 만나는 <태재고개> 인근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종주길에 접어든다.
<불곡산>에서 <영장산>까지는 또다시 8.7km.
숲으로 무성한 길을 걸으면 나무가지가 옷깃에 스칠 정도로 길은 좁아진다.
클럽300 골프장을 끼고 돈다.
몇번 쉬면서 과일과 이온음료 등으로 보충을 하고, 계속 전진한다.
해발 413 미터인 <영장산>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지친다.
경사가 가파르다.
잠시 뒤쳐져서 쉬다가, 올랐다.
12km를 걸어왔다.
그냥 묵묵히 걸었다.
<영장산>정상을 넘어 바로 아래 쉼터가 있는데,
막걸리와 미리 준비한 간식으로 영양보충을 하고, 잠시 쉰다.
친구들은 내쳐서 갈마치, 이배재, 검단산을 지나 남한산성 남문까지 갈 작정이다.
그러나 나는 크게 무리하기 전, 적당한 상태에서 하산하기로 하고,
<영장산>정상 아래 약 1km쯤 되는 지점, 갈림길에서 친구들과 헤어졌다.
친구가 몰고온 차는 무지개마을에 주차해있으니,
내가 그 차를 남한산성으로 몰고가기로하고 자동차 키를 받았다.
3.
친구들과 헤어진 나는 야탑동 모란공원묘원 방향길로 하산을 시작.
그동안은 나무숲사이로 그늘 아래만 걸었는데,
공원묘원은 사방천지에 묘지들로 가득하고 햇볕 가릴데가 전혀 없다.
묘지들 사이로 길없는 길을 걸으면 땅은 육질이라 스틱이 땅에 푹푹 꽂히는데,
그늘없이 맑은 하늘아래 찌는 더위로 사위는 더욱 고요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은 마치 비현실인듯 보였다.
잘 정돈된 구역으로 접근하면서 비로서 도로가 나타났는데,
더위속에 보이는 풍경이 마치 정물인듯 느껴진다.
내려오면 FOREST HEAVEN 이라는 표지판이 서있고,
사무실 건물은 간결한 디자인이 마치 외국의 어느 마을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용한 배경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다.
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 데크위 벤치에 앉아서 쉰다.
그때 갑자기 하얀 브라우스 위에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 묻는다.
- 이 동네 사세요?
(허걱~ 이 동네는 전부 죽은 사람들 뿐인데....)
- 아니요.
- 아, 그러세요...
하면서 여자가 가려는데, 내가 물어본다.
- 이동네 살진 않지만 왜 그러시죠?
- 장례식장이 어디예요?
- 잘 모르겠는데요.
하니까,
- 누구는 여기라 하고 누구는 저기라 하고...
혼잣말 하듯이 하며 간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하니 친구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평범한 이야기였는데 친구들이 재미있게 들어주고 재미있게 해석해준다.
귀신이 씌었나? 하는 식으로.
이뻤나? 따라가지는 않구...?
무더위 속에 나른하고 고요했던 오후시간,
모든것이 정물같이 정지해있던 순간에 잠시 있었던 이야기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쉼터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정각.
약 15km, 7시간의 산행이다.
4.
폭염아래 인적없는 길을 걸어내려가다가 택시를 만났다.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면서,
산행이야기가 잠시 나왔는데
택시기사는 내가 산행해온 코스를 들으며 놀란다.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지만,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산행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불수사도북>, <광교산과 청계산 종주코스> 그리고 이번의 <성남시 시계종주>가
서울 외곽의 종주코스로 널리 알려져있는 코스다.
목욕을 하고 쉬다가,
차를 몰아 <남한산성> 남문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6시 25분에 도착했으니,
25km,10시간 20분의 종주산행이었다.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등산을 하면서 얻은 교훈.
끊임없이, 쉬임없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 페이스에 맞게 걸어야 끝까지 간다는 것을.
조금씩 꾸준하게 연습을 하다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조블 2010/07/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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