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유람
다음날 일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릴것이다.
산에서의 1박을 포기하고 내려오니 한가하기 그지없다.
비상식량은 대부분 남았다.
어제는 결과적으로 소용없게된 짐을 지고 산에 올랐으니
고생만 한 것이 되었지만,
좋은 훈련을 하였다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만족스러웠다.
7:30분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떠났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차를 타고 한가롭게 지리산 아래를 돌며
여유롭게 <성삼재>로 가서,
<노고단>을 가볍게 올라보자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청학동으로 가는 길,
내 기억속에 청학동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산속이었는데,
잘 닦여진 길에 커다란 입간판 하나 우뚝 세워져있다.
<김봉곤의 청학동 몽양당 예절학교>
들어가보니 규모가 대단하다.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인근 지역은 모두 유사한 건물들로
일종의 서당 타운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 비슷한 학교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학교이름이 <회초리>라 한다.
그럼 학교이름이 <빳다>도 있남?
요즈음 세태에 회초리가 필요도 하겠지만,
학교이름이 그렇다는데 웃음이 나왔지만 이야기는 그럴듯하다.
한자로는 <會初理>이니 그 뜻이 오묘하다.
회(會)는 모이다는 뜻도 있지만 이해하다, 깨닫다는 의미가 있다.
초(初)는 처음이라는 뜻도 있지만, 근본과 근원이라는 의미도 있다.
리(理)는 도리와 이치를 말하니,
근본과 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로 학교이름으로는 최고의 명칭이다.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회초리(會初理)는 없고,
오리지날 청학동 훈장의 아들 <김봉곤>이 만든 <회초리(回初理)의 날>이라는 게 있다.
돌아올 회(回). 처음 초(初). 이치 리(理)의 뜻을 담아
인간 본연의 모습,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회초리로 때리는 날이라는 의미도 있는지 모르겠다.
지리산 자락에 왔으면 섬진강을 지나게되고,
섬진강을 지나치자면 재첩국을 먹어봐야할 것이다.
일행중 누가 전에 들렀던 식당을 찾으려다 놓치면서,
<최참판댁>이정표가 가르키는대로 길을 잡게되었다.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입구에는,
마침 한국문인대회가 열린다는 안내 현수막이 결려있다.
비는 계속 줄기차게 내린다.
입구에서 잠시 머물다 나오면서,
근처 길가 식당에서 재첩국을 먹었다.
재첩국이 실하게 나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아낌없이 더 갖다준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엄사 입구를 거쳐 <성삼재>로 향한다.
완전 유람하는 중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니,
계곡마다 물이 가득 힘차게 흐른다.
산이 깊으면 강이 있다.
5.노고단
친구가 2주전 지리산 대피소에 2박을 예약하고,
화엄사부터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까지 48km를 종주하는
3박4일의 <화대종주>를 계획했었는데,
폭우로 인한 대피소 폐쇄로 일정이 취소되었다.
이번에 다시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고,
어제 구례까지 내려와, 오늘 새벽부터 비를 맞으며 산에 올랐을텐데,
이 친구에게 몇번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된다.
지금쯤은 이미 <노고단>을 지나서 종주중일텐데....
11:30분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
계속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기도하다가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오락가락한다.
이때쯤 친구와 전화가 되었다.
아침 7시 화엄사에서 출발, 빗속을 뚫고 <노고단>에 올랐는데,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노고단 이후부터는 입산금지가 되면서,
노고단 대피소에서 대책없이 기다리며 계속 추이를 보고있는 중이다.
어차피 나는 <노고단>에 올라가기로 생각하고 왔는데
친구까지 거기에 있으니 당연히 올라가야할 일이다.
친구가 주문하는 소주, 안주, 식사꺼리 등 보급품을 한 짐 챙겼다.
잠시 멈칫거리던 비는 다시 폭우로 쏟아진다.
스패츠, 오버트라우져와 우의로 중무장하고 <노고단>으로 향했다.
이 폭우와 강풍속에서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내려오는 사람들 뿐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2.7km.
거의 평지수준의 길이다.
30여년전, 화엄사에서부터 노고단으로 힘겹게 올라가던 때가 생각난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반긴다.
예정없이 지리산에서 만나게되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는 계속 내린다.
대피소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친구와 대피소에서 조금 떨어진 노고단에 올랐다.
올라가는 돌계단으로 물이 콸콸 쏟아져내린다.
노고단 길에는 <입산통제> 표지가 걸려있고,
등산로는 막아놓았다.
2시간여를 노고단에서 머물렀다.
무리하지말 것을 권유하고
다시 빗속을 뚫고 성삼재로 내려왔다.
나중 이야기지만, 저녁에 입산통제가 풀렸다.
그들은 다음 2일 연속,
새벽 4시부터 출발하는 무모한(?) 열정으로 <화대종주>를 무사히 마쳤다.
6.돌아오는 길
오후 3:50분 성삼재를 출발.
서울로 향했는데,
남대전을 지난면서부터는 비내린 흔적이 전혀없다.
휴게소에서 두번 쉬고
서울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8:50분.
계획이 나중에 변경되기는 하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유있는 일정이 되면서
편안한 산행과 유람이 되었다.
*조블 2010/07/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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