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새 병원에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는데,
병원에서의 대기시간 외에도 물리치료받는 시간이 약 45분.
처음에는 생각없이 물리치료실에 들어갔는데 그 시간이 매우 무료했다.
의사의 진료를 대기하면서 보던 책들이 생각났다.
다음부터는 대기실에 있는 책을 가지고가서 읽었다.
월간지는 들고 보기가 무거웠고, 가볍게 읽으려다보니
처음 잡은 책이 이현세의 만화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였다.
모두 11권여권으로 된 책인데, 다른 사람이 먼저 보고있으면,
중간부터 보다가 건너뛰기도하고 다시 앞으로 가기도한다.
일제시대 보성전문에 다니다가 학도병으로 끌려가는
오혜성과 백두산, 그들이 탈출하여 일본군과 싸우는 이야기다.
오혜성을 사랑하는 명주, 그리고
오혜성을 사랑하는 일본 고위 헌병사령관의 딸이 있다.
슬픈 이야기 사이에 주인공의 람보같은 활약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동탁을 닮은 일본군 장교가 있고,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버마전선으로 이어진다.
오래되지않은 만화같은데, 일제시대 이야기를 다뤘다.
갑자기 엣날에 보았던 영화 <현해탄은 알고있다> 가 생각난다.
1961년작인데, 아로운이라는 학도병의 이야기다.
일본군의 내무생활에서의 굴욕적인 모습이 비참하다.
일본 여인이 한국인, 아로운을 사랑한다.
한운사 원작이다.
한운사는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연속극을 많이 썼던 대표적인 극작가다.
어린시절 소설읽기와 영화보기를 매우 좋아했다.
영화를 보고나면 한동안 그 영화에 흠뻑 빠져 지내곤했다.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은 정말 대단했다.
1980년대 내가 방콕에서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하던 때,
다른 종함상사에서 한국으로부터 입수하여온 만화가 <공포의 외인구단> 이었다.
1권부터 웨이팅에 올려놓고 대기한다.
방콕에 있던 상사주재원들이 6권짜리 만화 한질을 가지고 돌려가며 봤다.
까치와 엄지, 그리고 마동탁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던 것은
아직은 청춘의 열정이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만화의 주제가 야구냐 혹은 사랑이냐....하며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 우리세대의 어린시절,
가슴을 뛰게한 대표적인 만화는 아마도,
김종래의 <엄마찾아 삼만리> 와,
산호의 <라이파이> 가 아니었던가 싶다.
두개의 작품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엄마찾아 삼만리> 는
고색창연한 우리의 서정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 여보 제발 좀 삽시다 오늘이면 사흘째 굶는데 어디가서 외상술을 받아오라는거예요... 흑흑...
- 엄마 ~ 국화꽃이 피면 온다더니 올해도 이렇게 꽃이 피었건만 엄마는 왜 안와요....
마치 변사의 구슬픈 언변을 연상시키는듯한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만화를 보면서 대부분은 울었다. 아니면 몰래 눈물을 훔친다.
그시대의 만화는 이야기 전개가 유장하였다.
산호의 <라이파이> 는 우리나라 최초의 SF 만화다.
배트맨의 성처럼 라이파이의 요새는 커다란 바위 속에 있고,
첨단무기로 무장한 라이파이가 악의 무리들과 용감하게 싸운다.
그 찬란했던 스케일, 첨단의 장비와 무궁무진한 상상력....
1960년대 그렇고그런 일상에서 아이들은 잠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라이파이와 함게 다니는 제비양,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는
사춘기 아이들의 가슴을 야릇한 흥분으로 들뜨게하였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길,
만화방에 들러서 다음 호가 나왔는가부터 물어본다.
다른 아이가 보고있으면 다음 읽을 사람으로 미리 예약해놓고,
다른 만화를 보면서 자기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생각나는 만화들이 많다.
김용환의 코주부,
추동성의 짱구박사,
신동우의 날쌘돌이,
박기당의 만화들...
칠성이와 깨막이.....
추동성은 훗날의 고우영이다.
어린시절, 우리는 항상 읽을거리에 굶주려있었고,
만화는 모두를 열광케하였다.
요새는 병원에 가서,
방학기의 <대도 임꺽정> 을 보는데, 쉽게 술술 읽히는 만화가 아니다.
한권 읽는 것도, 몇번에 걸쳐서 끊어가며 읽고있는 중이다.
이야기 전개와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토속적인 대사가 촘촘하게 펼쳐지는 만화다.
그야말로 대하서사 시대극화 (大河敍事 時代劇畵) 다.
방학기는 드라마 <다모> 의 원작이 된 만화를 그렸고,
<바람의 파이터> 를 쓴 작가이다.
볼만한 만화가 있다는 즐거움으로
병원에 물리치료하러 가는 것을 은근히 기다려하는데,
만화때문에라도 치료를 게을리하지 않게되는것 같다.
만화가 오랜만에 어린시절을 더듬어보게 한다.
*조블 2009/11/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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