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상

by 아이현 2016. 1. 8. 08:39

본문

 

 

1.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그의 일생은 인내를 상징한다.

힘없는 성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볼모로 시작된 인생이다.

그러나 결국은 일본의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의 주인이 된다.

 

그의 시대에 물론 그보다 탁월한 인물들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영리함, 강력한 추진력,

그리고 대범함은 누구도 감히 그를 넘볼수 없게 만든다.

그는 이에야스의 능력을 미리부터 알아보고

히데요시를 거느릴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노부나가의 삶도 예기치않은 곳에서 한순간 허물어진다.

그의 카리스마는 오히려 그의 가신을 두려움에 떨게하며

겁먹은 가신이 반역을 하게만드는 토양이 된다.

최고의 권력에 도달하는 순간, 무방비상태에서 기습을 받고

사찰에서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한다. 

 

반역의 성공으로 천하는 아연 긴장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중 한명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명분을 확보하고 과단성있게 상황을 수습하는데,

며칠만에 반란을 진압하고 정국을 장악한다.

 

 

노부나가는 명문의 귀족출신이지만,

히데요시는 인생의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다.

영리함과 과단성은 노부나가를 능가하며 임기응변은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강점은 친화력과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데 있다.

새로 장악한 토지와 성들은 모두 동료와 부하들에게 넉넉하게 나누어준다.

모두 나누어주더라도 천하를 얻으면 결국 전부 자신의 것이 된다는것을 안다.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으로 이에야스에게 기회가 왔지만,

그러나 빠르게 움직인 히데요시에게 천하는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이에야스는 다시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어린시절 오랜 볼모생활을 견디며 뒤늦게 자신의 성을 되찾은 이에야스는

부인의 불륜과 반역의 음모로 괴롭힘을 당한다.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자기 자식을 죽여야하는 처지에서도 견디며 인내한다.

인생을 시험하지말라는 이야기는, 준비안된 상태에서 도전하지말라는 그의 이야기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은 하지않는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자식을 죽여가면서까지, 천하를 잡는 것이 아비로서 옳은 것인지는 내내 의문이었다.

 

 

2.

새장 안의 새가 울지않으면,

노부나가는 새를 죽이고, 히데요시는 울게 만들고,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다.

그러나, 기다리는 인생은 얼마나 재미없고 멋대가리 없는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가

1950년부터 17년동안 신문에 연재한 대하소설이다. 

이에야스의 인내는 패전의 상처에 힘들어하던 당시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과 함께 전하려던 메시지였던 것 같다.

 

 

소설은 620쪽의 책으로 모두 12권이나되는 방대한 양이다.

젊었을 때 읽어보고 다시 읽고있는데,

지금 4권까지 읽고 5권째 넘어가고있는 중이다.

 

4권째에서는 커다란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이에야스가 아들을 죽게만들고,

노부나가가 반역의 음모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히데요시가 권력의 전면에 나타나며, 이에야스는 다시 인내하고 실력을 비축하는 시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기 전에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가 쓴 <미야모토 무사시>를 읽었다.

이책 또한 600쪽을 넘는 책 4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지만,

인간 심리의 세밀함과 복잡다기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따를 수 없다.  

 

 

3. 

오래 전부터 대하가 좋다고 내려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뒤늦게 지난주에야 서산에 다녀왔다.

대하는 이미 한참전 제 철이 지나버렸지만, 

간재미회, 대하소금구이, 낙지와 조개가 곁들인 탕까지 먹었다.

 

서산 버스터미널에 내릴때쯤 전화가 왔는데 받지못했다.

이른 아침에도 몇번 부재중 전화로 찍혀있던 번호다. 

전화를 해보니 목소리를 알겠다.

지난 28일 나왔는데 15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벌써 1년 반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이 정권 출범이후 최초의 친인척비리에 연루되어 형을 살고나온지 며칠만이다.

그에 관련한 신문기사가 나온 직후 나에게도 몇번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통화기록에 내 전화번호가 여러번 찍혀있었을테니 당연한 이야기이다.

 

며칠전 서초동에서 그를 만났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갇혀있는 동안 그의 화두는 <참는다는 것> 이었다.

참지못하고 부딪치면 죽어야 하니,

살기위해서는 오로지 참는것 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그의 이야기다.

 

법의 적용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않는다.

그러나 법의 적용을 피해갈 수는 있었다고 생각하는듯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천번씩 했다 한다.

그의 심중을 헤아려볼 수 있는 이야기다.

 

 

4.

참는다는 것은 견뎌낸다는 것, 그리고 이겨낸다는 것이다.

참는다는 것은 모멸을 견뎌내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배신의 상처를 함께 견뎌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견딜수 없는것을 견디기위하여 힘들어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나 아픔의 상처는 있다.

조용헌의 책 <방외지사,方外之士>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50대는 고요한 난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연륜이 쌓인다.

60대가 되면 수석을 좋아한다. 수석은 돌이다. 무정물(無情物)이다.

무정물은 배신을 때리지않는다. 나이가 들면 배신당한 경험이 축적된다.

배신하지않는 대상이 바로 수석이다. 

 

아아, 그러나 사람이 사는 인생을, 무정물처럼만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조블 2009/11/13 06:4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