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곷처럼 나비처럼> 의
제작노트와 시놉시스는 영화를 이렇게 말한다.
역사가 기록하지못한 사랑이 시작된다!
명성황후 ‘민자영’과 호위무사 ‘무명’의
조선왕조 마지막 멜로 <불꽃처럼 나비처럼>
불꽃처럼 화려하고 나비처럼 여렸던 여인, 명성황후 민자영과
불꽃처럼 뜨겁고 나비처럼 순수했던 그녀의 호위무사, 무명의 가슴시린 사랑!
자객으로 살아가는 무명은 어느날 민자영을 만난다.
민자영은 곧 고종과 혼례를 하여 왕후가 될 신분.
세도가에서는 왕후의 자리를 넘기지 않기위하여 민자영을 죽여야하고,
대원군은 자신이 낙점한 민씨 집안의 민자영을 보호해야하는 입장이다.
무명은 세도가의 암살자들뿐 아니라 대원군이 보낸 조선 최고의 무사, '뇌전' 과도
대결해야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를 이해하려면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동명의 소설이
<야설록> 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야설록은 필명이다. 그는 무협소설 작가이며 만화에서 스토리작가로 활약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본다면, 판타지는 태생적으로 떼어놓지못하는 부분이 될 수 밖에 없다.
'무명' 과 그의 길을 막을 수 밖에 없는 대원군의 무사, '뇌전' 이
무명의 나룻배에서 벌이는 최초의 대결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들이 벌이는 몇차례의 대결은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갈등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표현되는 모습에 다름아니며,
명성황후가 처해있는 위기를 보여준다.
그들의 대결은, 마지막 부분에서,
일본의 낭인들이 궁에 쳐들어올 때 '무명'이 '뇌전'을 뛰어넘어
낭인들에게 내쳐가면서 한 몸으로 승화된다.
그러나, 주제는
무명과 명성황후의 사랑,
무명의 목숨을 건 사랑, 그리고
두 사람의 애닯은 최후에 그 내용이 있다.
호위무사로 궁에 들어간 무명이 황후의 행렬을 수행할 때
화면에 떠오르는 나비의 모습.
- 표현에 서투름이 보여서 아쉽지만 -
영화 <엘비라 마디간> 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죽음을 미리 예감하는 듯하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역사의 일부다.
그러나 역사는 오로지 사건을 이야기할 뿐,
인간의 삶과 갈등, 그리고 아픔에는 외면한다.
여기에 창작의 영역이 활동하는 무대가 있고,
무제한의 상상력을 가지고 한 인간, 무명을 창조하여,
명성황후와 사랑을 이어간다.
'무명'의 모티브가된 실제 인물은 홍계훈 장군이다.
그는 임오군란때 명성황후를 업고 장호원으로 도망갔으며,
2개월의 도피기간중 두사람의 관계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명성황후의 후원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며 을미사변때 목숨을 잃는다.
무명은 이 이야기에서 더 나아간다.
영화에서도 후반부에 명성황후는 무명을 장군이라 호칭한다.
역사가 보여주는 왕후의 슬프고 가슴 저린 이야기는 유럽에도 있다.
스코트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 그리고
유명한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이야기.
역사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매우 정형화되어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아픔과 가슴저미는 사랑 이야기가 있었을까.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는 그들에게 있었던 이면의 이야기들을
엄청난 통찰력과 심리묘사로 다시 살려낸다.
그리고 역사의 슬픈 주인공들을 위한 대변자가 된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슬프다.
가슴아프다.
슬프고 메마른 우리의 역사에,
비록 <팩션> 이라는 형태의 이야기지만,
지고지순한 호위무사가 곁에 있어 사랑하고 의지하였으며,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목숨바쳐 지키다 죽어갔다면,
민자영이라는 여인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설사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인들 어떠리...
그녀의 영혼이 있다면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이 시점에서나마
자그만 위로가 되어주지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영화는 명성황후를 위한 진혼곡이라해도 좋겠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움은 있다.
긴 세월의 내용을 다루다보니 이야기가 건너뛴다.
사랑이 만들어지는 도입부에도 많은 시간을 주고싶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후반에 때로는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나오고,
혹은 생뚱맞은 대목이 나온다.
고종의 희화화된 어투와, 영화 <색계> 를 연상시키는 조금은 과도하던 장면 들...
그러나 화려한 의상과 무대배경의 영상미,
허구의 창조가 주는 위로, 판타지가 주는 아름다움, 화려한 액션 등...
영화는 새로운 경지를 넓혀나갔다고 보인다.
집사람과 영화를 보고 코엑스몰을 나오니, 밤 10시.
어느새 가을바람이 서늘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황금색으로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다.
추석이라고만 생각했지, 보름달은 내 의식에 없었는데,
보름달은 소리없이 하늘 가득 따스한 빛을 보내주고있었다.
*조블 2009/10/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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