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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유감

일상

by 아이현 2016. 1.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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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동안 날씨가 꾸물꾸물했다.

비가 내리는가 하더니 해가 나고, 햇살이 밝게 비추더니 다시 빗줄기를 뿌렸다. 

그러더니 지난 주말,

아파트 단지 안에 개나리가 활짝 피었고, 하얀 목련, 자목련도 만발하였다.

어쩌면 진작에 피어있던 것을 이제서야 본 것인지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 대모산에 가면서,

다리 아래 양재천을 내려다보니 산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이로 선거홍보용 띠를 어깨에 두르고,

산보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는게 보인다.

후보자, 그리고 여자가 한 명 뒤를 따른다.

선거운동하는 모습으로는 아주 영세한 규모다. 

기호 1번이다.  지역에 따르는 한계를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모산 입구에 이르러 차도를 건너는데,

2번 한나라당 후보의 승합차가 멈춘다.

그리고 이어서,

개조한 유세차량이 비디오와 음악을 크게 틀면서 차도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대모산에 들어선 후 정상을 향하는 길목 삼거리에서

잠시 한가하게 앉아 쉬고있으려니, 일단의 무리가 들어선다.

기호 2번, 한나라당 현역의원이다.

거의 20명 가까운 대 부대를 이끌고 나섰다.

K 의원이 일일이 악수룰 하고 뒤이어 수행하는 이들이 명함을 건넨다.

 

 

2.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하는 동문들이 많다.

대학교 과동기들이 매달 첫번째 목요일, 인사동 한정식 집에서 모인다. 

그래서 이름이 초목회다. 

동기들은 많지만 초목회는 10 여명 모이는 소그룹이다.

지난 달 모임에서는 선거 때라서인지 이야기가 자연스레 잠시 그리 흘렀다.

 

출마한다고 나선 동기들의 이름을 짚으며 세어보니 10 여명 된다.

이번에 장관으로 발탁된 동기도 있고,

의원은 현역 4 명을 포함해 전,현직을 모두 따지자면 7-8 명이다.

물론, 친구나 동창중에 새정부 들어서고 권력에서 떨어져나간 이도 여럿이다.

 

모임에 참석한 F 의원은 한때 야당 대변인으로 이미 이름을 떨친 바 있다. 

F 의원이 진반 농반으로 하는 조크,

제일 단명하는 직업이 신문기자고, 제일 장수하는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이야긴데, 

국회의원은 자기가 책임을 지는 법이 없고 모두 남의 탓이니

머리 아프게 살아야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모두 그 이야기에 웃었다.  그는 신문기자 출신이다.

 

인천에서 출마하는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를 포함하면 훨씬 많아진다.

이번 총선에 뛰어든 대학 동기, 고교 동문을 합치면, 거의 20명.

교섭단체를 만들어도 되겠네.....,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가까운 사람들을 몇 명 만났다.

 

 

3.

<갑>지역구의 A 의원 선거사무소.

그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다소 보수층인 지역인데다 공천도 일찍 확정되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치르는 선거라,

그의 행적과 인품으로는 충분히 당선될 것이다.

 

그래도 공천이 진행중일 때는 그도 긴장했다.

당 3역중의 하나를 거친 그지만,

이미 3선이라 물갈이 한다고 내치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권력이 편의적으로 기준을 정해놓은 후, 명분을 내걸고 밀어부치면

그리 되는 게 현실이라는것은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있는 중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런 가능성에 대하여 다른 편에서 이야기가 흘러 들어오기도 했었다.

 

년초, 식사하는 자리에 A 의원이 동석하였는데,

공천심사위원회 이야기가 나오고 외부인사들이 거명되었을 때,

그들중 몇은 그 자리에 참석한 후배들의 가까운 후배들이었다.

 

여기까지 오고, 요새 한가하구나.....

A 의원이 반가워서 하는 이야기다.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비서관이 고등학교 후배다.

 

 

4.

올라오는 길에 <을>지역구의 B 전의원을 만났다.

그와는 그 지난 주에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힘든 상황이다.

그는 재선의원이었는데, 2006년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천이 한창 진행될 때 억울하게 희생된 몇 명은 구하자 하여

쟁점이 되었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 그의 사무실에 올라가는데,

사무소가 들어있는 빌딩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선거 현수막으로,

작업하는 인부가 올라가 현수막의 글자를 덮는다.

"통합민주당"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하얀 헝겊으로 덮고있다.

 

이제는 어차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는 "무소속"이 되는 것이다.

커다란 흐름에 그도 쓸려 내려가고있다.

 

그에게 회한이 어찌 없겠는가.

세상 인심이 이미 달라지고있다는 것을 그도 느끼고 있었다.

민심이 아니라 인심이 달라지고있다는 것을.

민심이야 커다란 흐름이라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인심은 얄팍한 세태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비하여 너무나 달라진 환경에서 그는 쓸쓸함을 느끼고 있다.

그가 한창 힘있던 시절, 나는 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 말고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전 정권을 만들어낼 때 가장 공이 컸던 몇 명중의 한 명이었고,

한때 권력의 핵심부에 가까이 있었다.

지나간 권력이 세상을 망가뜨릴 때, 그는 그런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고있었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워낙 강적들(?) 이었을 테니까.

지난 여름 뮤지칼 <캣츠>를 보려고 부부동반하여 모인 자리에서, 그가 마음의 일단을 비친 적이 있다.

그의 인격을 나는 믿지않을 수 없다. 

 

그는 대학 때 후사연<後社硏 : 後進國社會硏究會>에서 나와 함께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서클에서 우리를 이끌던 S 선배는 의원을 몇번 지냈고 이번에도 서울에서 출마하는데,

운동권의 거의 1세대, 대부격이라 할 것이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여 S 의 유려한 역사해석을 들으며

세상이 새로 보이고 내가 가야할 인생도 이 길인양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B는 고등학교 후배와 힘겨운 승부를 해야한다.

그가 꿈꾸는 세상, 그리고 아픔에서 오는 인생의 교훈이 승리로 보답되기를 기원한다.

 

 

5.

<병>지역구의 C 의원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다.

그는 다행히 현역이다.

그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긴 하였지만 정치에 입문하리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학교 후배이기도 했지만, 내가 D그룹에 있을 때 이런 저런 일로 연관이 있었는데, 

17대 총선에 갑자기

- 그에게는 심사숙고의 과정이 물론 당연히 있었겠지만 -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당시 그를 이끌어준 사람이 B 전 의원이었다.

 

내가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마침 유세에서 돌아와 잠시 쉬고있는 중이었는데 약간 지쳐있는 듯 보였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똑같은 인사에, 항상 긍정적이며 밝은 표정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난 날  구 여당에 있었고 이 번에도 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그들이 사회에 각인시켜준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살았고,

그런 그의 모습이 가끔에 언론에 비쳐지곤 하였다.

그가 소속되어있는 정당의 힘이 물론 도움도 되겠지만, 한편

당이 짊어지고있는 무거운 짐 또한 그에게서 비껴갈 것은 아니지않을까.

 

 

6.

<정>지역구는 특이하게 구성되어있어, 조금 생소해 보였다.

이쪽 지역의 한 부분과 저쪽 지역의 전부를 묶어 하나의 지역구를 만들었다.

D는 애초 다른 지역구를 희망했는데, 소위 전략공천이다 하여

<정>지역으로 공천되었다.

처음 지원했던 지역구는 우리가 다니던 고등학교도 있고 인천의 전통적인 중심지라

만약 희망대로 되었다면 많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모두 245개 지역구 중에서, D는 맨마지막 최후의 순간에 245번째로 공천을 받았다.

 

맨 마지막 순간에 공천이 확정되고, 처음에 원하던 지역도 아닌 곳으로 왔으니

힘들어지는 것은 보지않아도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번 공천은, 내 눈에는, 

누가 뭐라고 이유를 갖다부쳐도 정말 엉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D는 얼마전까지 유력 일간지의 편집국장과 논설실장, 대기자로

일을 하다가 이번에 출마했다.

왜 이 험난한 정치로 들어왔을까.

사무실에 가니, 사무국장과 일하는 사람들이 잘 아는 선배, 후배들이다.

 

열 번 치면서 잃을 돈을 한 방에 잃는거네...

내가 내는 작은 후원에 그가 웃는다.

함께 공 치며 작은 내기를 하던 때를 떠올리며 그가 하는 소리다.

 

아니, 어찌 이렇게 허허벌판까지 밀려나왔습니까...

내 말에 D가, 그러게 말이야.....한다.

선거자료 만든 것과 여론조사 이야기를 하였다.

 

이제 손이라도 한번씩 잡는게 중요합니다,

체력전이라는 이야기지요....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마도 현실일 것이다.

 

 

7.

수도권 <무>지역구의 E 후보는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시장 출마를 하려다

경선에서 패하여 깨끗이 승복하고, 경선승리자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 출마하였다.

나와는 대학 동기이고 사회초년병 시절, H 그룹에 함께 근무했다.

그는 건설에서, 나는 종합상사에서.

 

지난 번 찾아갔을 때는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이 있었고 그 직후

무슨, 선대위 발족식 인가 하는 행사가 있어 사무소가 그야말로 시장바닥 장터분위기였다.

몇 십년을 지역에서 쏟아온 그의 노력을 그 날 한번에 모두 보여주려는 듯,

사무실은 엄청나게 혼잡스러웠다.

그는 계속 밀려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고 짬을 못내

내게 계속 미안해하고, 그의 부인도 내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전에 만났던 김 국장도 둥둥 떠 다니기는 마찬가지.

 

E 후보가 연설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떠났는데,

그 장터에서는 얼마간의 후원도 전달할 수 없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그의 지역구가 격전지로 보도되고 있었다.

허긴 격전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잠시 얼굴이라도 보고 격려하러 또 다시 그의 사무소에 가는데,

오락가락 비가 내린다.

 

사무소에 가니 당연하겠지만

그는 명함돌리고 인사하러 다니느라 사무실에 없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그는 못 받고 비서가 받는다.

잠시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떠나며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 잠시들렀다 간다. 이제부터는 체력전이니 부디 건강 조심하고, 파이팅.-

 

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비서가 문자를 전달했는지, 거리를 도는 바쁜 중에도 그가 전화를 했다.

 

 

8.

호남 <기>지역구의 F 의원은 잘 되고 있을 것이다.

필요한 여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

지난번에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기를,

선거구가 이번에 조정되어 다른 실세 와 일부 지역이 겹치는 문제가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잘 정리되었다 했고,

그의 이야기대로 공천, 지역, 정당 등 모든 문제가 순조로운 상태다. 

그의 비서와 잠시 통화하였다.

 

 

9.

정작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내 마음은 혼란스럽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이 승리한 다음, 실망하는 부동층이 많아졌다고 언론은 말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나도 그들이 말하는 그런 부동층일 것이다.

소신이 없는게 아니라 여러가지가 맘에 안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지역에서 다른 당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양재천에 수행원 1명과 걷고있던 후보가 생각난다.

마음이 짠 하다.

 

지역에 의지해서 쉽게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한 달 벌어 한 달을 산다.

그네들은 한 달 고생하고 4년을 먹고 산다.

 

 

10. 

산 정상에 오르니 강남이 한 눈에 보인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라 해발 300미터가 안되어도 힘이 든다. 

그래도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상쾌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과 파는 아저씨가 있다.

지난 해 초가을 처음 사과를 산 이후 그동안 꽤 여러 번 들러 사과를 샀다.

집사람이 다가가니 몹시 반긴다.

한 무더기의 사과를 사는데 덤으로 사과 몇 개와 참외 몇 개까지 더 얹어준다.

게다가 참외를 하나 깎아주는데 그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덤으로 얹어준 과일때문에 더 무거워진 과일봉지를 들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오랜만의 산행이라 온 몸이 노곤하다.

선거를 치르는 그들도 지금 이 순간은 피곤하고 힘들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사는게다.




 


*조블 2008/04/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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