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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 M을 생각하며

일상

by 아이현 2016. 1.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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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 M을 생각하며 

 

1.

그럴리가 없어,

이건 분명 무언가 잘못된거야, 하며 부정하는 첫번째 단계. 

 

뒤이어 현실을 인식하고 분노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이런 일이 나에게 닥쳐오다니, 어찌 이럴 수가...... 분노가 거칠게 일어난다.

 

그러나, 분노가 아무런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이윽고는, 

어쩔 수 없이 알게된다.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기나긴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아마도.

 

드디어, 무력감에서 슬픔이 다가온다.

그리고 궁극에가서는, 슬픔을 넘어 순응하며 받아드린다.

 

죽음에 이르는,

부정, 분노, 절망, 슬픔, 그리고 순응의 다섯 과정이다.

의식있는 사람에게 그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는 것은 행복한 것일지 모르겠다. 

 

 

2. 

M에 대하여, 그리고

삶과 죽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

이즈음 생각해 보던 것이었다.


M은 나와 오랜 세월 함께 지내왔다.

내가 쓴 낚시일지의 대부분은 그와 함께 낚시를 다니던 이야기들이다.

내가 낚시를 배운 것은 그를 통해서였고, 

그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나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나는 매사가 하다가 마는 스타일이지만,

M은 한번 하였다 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미라 반드시 무언가를 이룬다.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그가 분재를 시작한 것은 30년쯤 전이었는데

작품이라 할만한 분재를 가꾸며 소유한 것이 1,000본을 넘었다.

작은 나무들에 가서는 아마도 수 천 혹은 만 주가 넘을 것이다.

 

한창 시절 그의 집은 거의 분재원이라 할 만했는데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는 늦가을이면, 

청담동 그의 집 2층 테라스는 비닐로 온통 둘러쌓이고

분재들은 따스한 온실 속에서 겨울을 기다렸다.


한때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여 좋은 음향기기를 갖추고

2층 큰 방 전체를 음악실로 만들었는데, 클래식 원판이 벽 한 면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음악감상실은 내가 대학시절 드나들던 종로 2가의 르네상스와도 흡사한 분위기로,

사방과 바닥, 천장 모두 특수한 재질의 자재와 천으로 제대로 만들어져있었다.

 

매킨토시니, 마란츠니,

- 이들은 가장 쉽게 기억되는 브랜드들인데, -

그밖에도 내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명한 ....모모 하는

음향기기는 모두 M의 음악실에서 보았는데,

그는 가끔,

진공관으로 음악을 들으면 음이 따스하다는 느낌이 오지......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러면 나는,

이런 고급스런 음악실에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를 틀으며,

으흠, 좋은 음이야......역시 조용필이군... 하며 흥얼거렸다.

청담동 집을 2층으로 올리고 음향기기와 판을 사고 방을 꾸미는데,

그는 당시 가지고있던 역삼동 땅을 팔았다. 

그 땅이 그대로 있다면, 지금은 엄청난 재산이 되어있으리.


골프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골프야말로 그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인데,

처음 내가 골프를 권했을 때 그는 언듯 내켜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골프를 시작하자, 그는

한겨울에도 매일 새벽, 그 당시 뚝섬 연습장으로 다녔는데,

 

제대로 자세를 익히는데 필요하다면,

고전적인 방법, 예컨대 자전거 피댓줄을 한쪽 어깨에 감고 다운스윙을 연습하는 방법,

- 실제 누가 그런 식으로 연습하랴,

그저 누군가 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말이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는데, -

그는 실제로 피댓줄을 몸에 감고 연습을 하였다.

결국 그는 완벽한 싱글 플레이어가 되었는데,

심지어는 언더도 치며 보통은 70대 중반을 어려움 없이 치는 플레이어가 되었다.


낚시에 대한 그의 집념은,

한때 내가 그를 따라 거의 대등한 정도까지 가다가 어느 순간 집착을 끊어내고 난 후에

나는 비로서 자유로워졌는데,

그는 낚시에 대하여도 끊임없이 강한 집념을 가져,

낚시터에 앉으면 그의 집중은 나를 계속 놀라게 하였다.

 

그에 대하여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테니스도 아마 한 시절 선수 수준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그의 강한 집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3.

M이 그의 형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여 일구던 7~8년전,

수천평의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사람이 필요할 때,

나는 내가 아끼던 후배들을 그 회사에 보내 중요한 부문을 담당하게 하였다.

 

창업 수년 후, 영업환경이 바뀌던 시점,

회사경영과 정책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모색하며

어쩔 수 없이 신규사업을 하여야 할 때가 되어서는,

회사는 이미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는데, 

 

내가 보기에 회사는 어차피 기울어가고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경영진에서 다툼이 일어나며 개인들의 이기심으로 갈등만 커져갔다.

 

회사는 기울어가고,

사정은 매우 혼탁한 상황으로 치달리며 내분에 휩싸였고,

M은 회사를 떠났다.

 

 

4.

M은 내 큰 동서이다. 

즉, 내 처의, 큰 언니의 남편이다.

그리고, M은 내 대학 때 같은 클라스에서 공부했던 동창의 형이다.

 

처음부터 동창의 형으로 알았던 것은 아니고,

결혼전, 집사람을 만날때

집사람의 형부의 동생이 나와 같은 과를 졸업했다는 것을 알았다.

 

M을 처음 만난것은, 결혼에 즈음하여 가족들을 만날 때였다.

 

결혼을 앞두고, 내 친구들이 함을 지고 처가집을 처들어갔을 때

만만치않게 짓꿎은 내 친구들을 대적하던 처가쪽 선수들의 대장선수가 M이었다.

처가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친구들을, M이 근처 자기 집으로 끌고가

양주로 다시 인사불성을 만들었다.

거의 30년쯤 전의 일이다. 


 

5.

작년 6월말, 그는

이제는 하던 일도 다 접고 한가한 일상을 살아가고있는데,

그날도 일산 어딘가 분재원에서 일을 보고

지하철을 타려 역사안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철길 위로 떨어졌다.


나중에 지하철 역내의 CCTV에서 확인한 사실이지만,

철길 옆 보도에서 걸음을 옮기다가,

누가 잡아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뒤켠으로 넘어지며 철길 위로 떨어졌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인근 종합병원에 옮겼는데

며칠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깨어났지만 목 아래는 완전 마비상태에 빠졌다.

호흡이 어려워 나중에 목에 시술을 하고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호흡을 하고있는데,

의식은 돌아왔지만, 그러나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전신마비에 빠진 상태에서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의식은 살아있는데, 다른 움직임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간신히 한글 자음과 모음을 열거한 표지판을 보면서 눈을 깜박이며 문자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는 데 그 정황이 눈물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그가 입원해있는 병원에 다니면서도

나는 중환자실에 면회하러 들어갈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한동안 치료하면 나을 것이라 알고있었겠지만,

그런 거짓이 오래 계속될 수는 없었고

더 이상 희망을 가장할 수 없었으니, 

이제는 그도 이미 그의 비극을 알고있었다.

그를 면회한다는 것은 나에게 뿐 아니라 그에게 더 큰 고통이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나와 함께 다니던 그 오랜 세월과 수많은 사연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연말 어느 날 나는 그를 면회하였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하더니

이윽고 나를 향하여 몸을 누인 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에 내 뺨을 부비는데 내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처형은, 그가 차라리 목숨을 잃는게 그를 위하여 낫지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래도 목숨은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 생각을 따라가는 내 마음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아무런 힘이 되지못하는 내자신이 괴로웠다.


내가 아무런 힘이 되지못하는 현실,

그러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무력감으로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고,

혹은 잠시 잠이 들었다가도 다시 깨어나면 상황이 마치 나에게 일어난 듯 

식물처럼 그냥 움직이지못하고 소리죽여 있노라면 눈물이 흐르곤 하였다.

 

무슨 날벼락이며, 또 얼마나 진저리쳐지는 일인가.

그리고 그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은 얼마나 잔인한 곳인가.

몸이 움직이지 못하되 의식은 살아있고,

전하고싶은 생각이 있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고,

오로지 삶과 죽음이 그저 운명처럼 주어지는 시간 속에서

무작정 대책없이 기다려야하는 그런 시간,

의식없이 흐르는 시간들 속에서 문득 혼자 깨어나는 현실은

그에게 또 얼마나 참담한 고통을 주었을까.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력한지 ,

그리고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리는 눈감고 살면서

헛 것을 쫒아 세월을 버리고있는 것일까.

 

 

6.

죽는다는 것,

영어로는 passed away 이다.  가 버린다. 지나가 버린다.

우리는 돌아가신다는 표현을 쓴다.

말하자면 return back ,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오래 전, 임사체험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 제목은, "사후의 세계" 였는데, 원제는 놀랍게도 "life after life" 였다.

죽음이라는 표현은 하나도 없지만 그 의미는 제대로 표현된 글이다. 

"삶 후의 삶" 이라고할까.


지난 가을 어느 날 혼자 낚시를 갔다.

관리인이 항상 함께 다니던 M을 물어본다.

...요새 몸이 조금 좋지 않아서.... 내가 대답한다.

물을 혼자서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아리다.

한동안 물만 바라보다 낚싯대를 접었다.

 

 

7.

2월23일, 토요일 아침, 그의 별세를 연락받았다.

슬픔과 함께,

그의 긴 고통이 이제는 끝났는가, 한숨이 새어나왔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그의 시신이

그와 그의 사랑하던 가족이 다니던 청담동 성당으로 옮겨졌다.

빈소도 미처 차리지 못하고 영정도 없는 영안실에서 그를 생각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쓸쓸했다.

이제 다시는 그와 함께 다니지 못한다.

 

이틀동안 성당내 영안실을 맴돌았다.

 

월요일 아침,

일찍 성당을 떠난 운구행렬은 이윽고 묘원으로 향했다.

그의 시신이 들어갈 묘소는 깊히 파여있었고,

묘소 주변은 퍼낸 흙들로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있다.

 

그의 관 위에 삽으로 흙을 퍼 덮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차가운 흙으로 돌아갔다.

누구나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를 묻고 돌아오니, 뉴스에는 온통 새 대통령이 취임한 이야기들이다.

어차피 이제 그와는 무관한 일이다, 물론 내게도 무관한 일이지만.

 

차를 마시는데 창밖에 눈이 내린다.

눈이 땅을 덮는다. 

 

어느 순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세상은 밤새 쌓인 눈으로 하얀 세상이다.

그가 묻힌 산소가 떠올랐다.

 

힘들었던 육신을 벗어났으니

이제는 그가 고통스러웠던 세월을 잊고,

평화와 사랑으로 가득한 곳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한다.   

 



 

*조블 2008/03/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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