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돌아왔다.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걸 느낀다.
둘째에게는 너무도 지루한 세월이었겠지만, 아이 기다리는 부모입장에서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나고 난 다음, 가버린 시간이니 빠르다 느낄뿐이겠다.
지난 3월말 둘째 아이가 군에서 제대하니, 이제야 비로서 가족 네명 전원이 다시 모였다.
가족 4명이 다시 모이는데 장장 4년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들, 둘 중 하나는 언제나 집에 없었으니 반쯤은 항상 빈 집이었다.
큰아이가 군에 입대한 것이 2003년1월이다.
논산훈련소에 데려다 주는데 마음이 짠 했다.
그 시절은 내 자신도 마음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던 때였다.
그때 둘째 아이가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있었는데,
큰 아이는 훈련병으로 있으면서도 형이라고 둘째를 걱정했던게
기억난다.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였는데, 두 아이 모두
한번의 시험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갔으니 다행이었다.
큰 아이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내가 젊어서
군생활을 했던 같은 사단, 같은 연대에서 근무하였다.
확율적으로는 일어나기 정말 힘든,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양구에 여러번 면회를 다녔는데, 처음 면회 갔을 때 부대 안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복잡 미묘했다.
큰 아이는 군복무를 무사히 잘 마치고 2005년 2월, 구정 하루전날
제대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는, 큰 아이가 제대하기 두달 전, 2004년 12월말, 공군으로 입대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 하나 없이 한동안 지나게 되었는데, 그동안 집안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공군 훈련소는 진주에 있는데 입대하는 날 나와 집사람이 같이 내려갔다.
훈련기간중 부모면회가 한번 있었는데, 나는 해외출장중이라 못내려갔고,
아이 엄마가 당시 막 제대한 큰 아이를 앞세우고 진주 훈련소에 다녀왔다.
이 둘째 아이가 지난 3월말에 제대했는데, 제대 임박해서 몇번의 짧은 휴가를 내어
학교에 가서 복학절차를 밟고 휴가기간중에도 사이사이 학교수업도 들으러 다녔다.
학교에서는, 수업일수를 감안하여 3월 중순 전에 제대를 하는 경우만 복학을 받아주는데,
그러다 보니 3월말 제대하는 둘째는, 제대 전에도 몇번의 휴가가 있을 것이라는
부대의 확인서를 첨부하여서야 겨우 복학이 허용되었다.
제대하는 날도 부대에서 집으로 와서는 옷갈아 입고 막바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을 정도로 촉박하고 어수선하게 지냈고, 지금도 피곤하게 지내고 있는중이다.
둘째는 수원전투비행단에서 복무하였는데, 공군은 수원이 최전방(?)이다.
나는 농담삼아 친구들에게, 우리 아이들은 모두 최전방에서 군 복무을 한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곤했다.
큰 아이는 강원도 양구 전방에 있다고 마음 아파한데다, 육군은 휴가 나오는
횟수도 정해져 있어 자주 볼 수 없다보니, 기회만 되면 면회를 가서 하루를
묵었다오곤 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큰 아이가 통역요원으로 파견나갔을 땐
대구까지 내려갔는데, 갑자기 부대 지침이 바뀌어 면회를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둘째는 가까운 수원에 있는데다, 공군은 복무기간이 긴 대신 휴가를 자주 나오니,
고작 한번 면회 다녀온 것이 전부다, 그것도 몇 시간동안.
공군과 육군은, 군복무하는 입장에서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둘째는 이공계로, 전기전자 전공이니 부대에서 실무일을 배운다는 의미에서는 공군을
다녀오는게 좋았던 것 같다.
2003년 1월 큰 아이의 입대에서부터 2007년 3월말 둘째 아이의 제대까지,
4년 2개월 동안 서로 그리워하던 시절을 잘 견뎌온 것 같다.
갑자기 생각나 큰 아이가 제대할 때 가지고 온 앨범을 보니
요새 아이들의 재치와 유머가 재미있다.
남아있는 후배들이 재미있게 쓴, <아무개의 비애>, <아무개의 어록>들이다.
앨범에 <표창장>도 있다.
표창장이 재미있다.
표창장의 모서리마다 금박으로 봉황도 제대로 그려져있는데, 읽다보니 중간쯤부터
내용이 이상해지는데.....??..
다시 정확히 읽어보니, 사단장님이나 연대장님이 아니고, 후임 병장이 장난으로
발행한 표창장이다.
제 1 호
표 창 장
특공 OOOO 유공 특공OO
병장 아무개
위 사람은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평소 부여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으며 특히 통신장비 재고번호는 눈
감고도 입력하며, 대대 기재병을 무참히 깨고 다녔
으며, 부사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OOOO를 천부적으
로 다룬 공이 크므로 육군 포상규정에 의거 표창함.
2005년 2월 8일
대한민국 육군병장 아무개
*조블 2007/04/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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