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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부인 이야기, 그리고 와인

일상

by 아이현 2015. 12. 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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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빅스비 부부는 뉴욕시 어느 자그마한 아파트에 살았다.

 

닥터 빅스비는 평균적인 수입을 올리는 치과의사였고,

빅스비 부인은 한달에 한번씩 금요일 오후면 기차를 타고

볼티모어에 사는 나이많은 이모를 찾아갔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이모와 함께 밤을 지내고

다음 날 남편에게 저녁을 차려줄 시간에 돌아왔다.

남편은 이러한 외출을 선선히 허락하였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이모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고

대령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를 만나러 다녔는데,

대령은 부유했고, 가족이라고는 없이 입이 무겁고 충성스러운

하인 몇 명 뿐이었다.

한달에 한번 만나다 보니 오랫동안 권태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크리스마스 직전,

빅스비 부인이 볼티모어 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기차를 기다리는데,

대령의 하인이 큰 종이 상자를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기차를 탄 그녀는, 아마도 선물일 것이라 판단하고,

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감미로움을 즐겼다.

상자에 손을 넣어보며 선물을 추측하던 그녀는, 마침내 선물을 펼쳐

꺼내보았는데 그것은 밍크 코트였다. 

그녀는 미칠 것 처럼 기뻐했다.

 

선물상자에 대령의 편지가 있었다.

< 진실로 행복을 비는 마음으로 드리는 것이니

이 것을 작별선물로 받아주시오.

내 개인적인 이유로 이제 당신을 더 만날 수 없을 것 같소.>

 

그녀는 헤어지자는 대령의 선언에 충격을 받았으나, 충격속에서도

곧 스스로 회복을 하였다.

-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지.

 

편지에 추신이 있었다.

<추신. 사람들한테는 당신의 착하고 너그러운 이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고 말해주시오.>

 

순간 그녀는 위기를 느꼈다.

이모는 그런 돈이 없는데, 이모가 준것이 아니라면, 그럼 누가 준 것으로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남편은 이모가 그런 비싼 선물을 할 형편이 아니라고 알고있으므로,

틀림없이 이 엄청나게 비싼 밍크에 대하여 물어볼 것이다.

빅스비 부인의 머리는 그때부터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은 해결책을 찾기위하여.

 

기차역에 내린 그녀는 택시를 타고 가까운 전당포를 찾아간다.

필요가 없는데도 적은 돈을 빌리고 밍크가 든 선물상자를 맡긴다.

이름과 주소를 적지않은 전당표를 받아든다.

 

그 비싼 밍크를 맡기면서, 맡기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쓰지 말라는

이 상황을 전당포 주인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빅스비 부인은 바보가 아니지 않은가, 다 생각한 바가 있다는 것인데.

 

심지어 물품명도 적기를 거부한다, 우리의 빅스비 부인은.

마지못해 전당포 주인은 말한다.

- 그럼 이표를 잃어버리지 마셔야 합니다.

  누구든지 이 표만 있으면 와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는 건 아시지요?

 

집에 돌라온 빅스비 부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남편에게 말한다.

- 아 참! 이걸 당신한테 보여준다고 하고 깜빡했네.

  조금 전에 택시 안에서 주웠어요.  번호가 적혀있기에 복권같은 것인줄 알고

  핸드백에 집어넣었죠.  이게 뭔가?

 

꼼꼼한 남편이 꼼꼼하게 읽어보고 그것이 전당표임을 가르쳐준다.

- 그럼 50달러만 있으면 이 물건을 찾겠네,

   50달러 보다는 훨씬 좋은 물건이겠지.

 

부인은 자신이 그것을 찾으러 가겠다고 했지만, 남편이 출근하면서

찾아다 주기로 결론이 내려진다.

 

출근하는 날,

부인은 빨리 남편이 물건을 (그것이 밍크라는 건 이미 부인은 알고있으니)

찾기를 바란다.

시간이 왜 이리 더디 가는거야.

아, 빨리 그 밍크를 입고싶다.

 

남편이 출근하러 집을 떠난지 한시간쯤 뒤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남편이 말한다.

- 가져왔어!

  환상적이야! 기다렸다가 눈으로 직접 봐! 아마 기절할 걸!

- 여보, 뭐예요? 얼른 말해줘요! (하마트면 밍크라고 입에서 말이 나갈뻔 했네.)

- 당신은 운이 좋군. 정말 운이 좋아! 보면 미칠 걸.

- 뭔데요? (알면서 모르는 척...)

- 알아맞혀봐.

- 목걸이.(가증스럽게...)

- 틀렸어.

- 다이아몬드 반지.(한번 더...)

- 비슷하지도 않아. 힌트를 주지. 당신이 몸에 걸칠 수 있는 거야

- 모자?(아, 밍크를 빨리 입고싶어...)

 

점심때 남편의 병원에 찾아가기로 한다.

남편의 병원에 가서 방에 들어가니 옷장에 물건이 있다는 것이다.

- 이 안에 있어.  자, 눈을 감아.

빅스비 부인은 시키는대로 했다.

- 됐어. 봐.

- 떨려서 눈을 못뜨겠어요.(아, 빨리 밍크를 입고싶다.)

- 밍크야!

남편이 소리치고있었다.

- 진짜 밍크!

 

그녀는 얼른 외투를 품에 끌어안기위해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나 외투는 없었다.  

남편의 손에는 작고 우스꽝스러운 모피 목도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빅스비 부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뒷걸음을 쳤다.

남편이 말했다.

- 자, 목에 한번 둘러봐.  완벽해.  정말 잘 어울려. 역시 밍크는 아무나 두르는게 아니야.

 

빅스비 부인은 정신없이 문쪽으로 향했다.

전당포 주인을 죽여버리겠어. 

그 인간이 밍크코트를 챙기고 허접한 목도리로 바꿔논거야. 

참을 수 없어.

빅스비 부인은 밖으로 나오며 문을 세게 닫았다.

 

바로 그 순간 비서겸 조수 펄트니 양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그녀를 앞질러 갔다.

- 날씨 정말 좋죠?

그 여비서는 지나가면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아주 경쾌한 걸음걸이었다.

향긋한 향수냄새도 풍겼다.  펄트니 양은 여왕처럼 보였다.

대령이 빅스비 부인에게 주었던 그 아름다운 검은 밍크 코트를 입은 그녀는

정말로 여왕처럼 보였다.

 

*****************************************

 

 

         

 

 

위 이야기는, <로알드 달 Roald Dahl>의 단편소설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Mrs Bixby and the Colonel's Coat) 의 내용이다.

 

뉴욕 타임즈의 평을 그대로 옮겨오자면,

로알드 달의 소설에는, 오 헨리, 모파상, 서머셋 모옴이 함께 들어있다.

그는 놀랍게도 동화작가이기도하다.

 

위 단편은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집 <맛>(Taste) 에 들어있는 소설이다.

<맛>은 단편소설집 책이름이기도 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단편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년 봄, 나는 두세달동안 와인 모임에 나갔는데, 너무 사치스러운 모임이라

사실 많이 송구스러웠다.

매번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와인에 대한 강의도 듣고,

와인 맛을 보는데 하루에 보통 6잔씩 각각 다른 와인을 테이스팅 하니, 주는대로

모두 마시다가는 취할 정도의 양이었다.

이 모임에서 이름을 대면 누구나가 알만한 저명인사들을 여러 분 만났다.  

 

행사를 주관하는 <와이니즈>의 김정미 대표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금융분야에서 근무하다가, 와인에 빠져 결국은 와인과 관련되는 일을 하는데,

누구나가 이야기하는 미인일 뿐 아니라, 매우 매력적인 여자다.  

만나기 전부터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고, 나중에 만나고나서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모임에서는 와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김정미 대표는 자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중의 하나가 <맛>이었다.

 

<맛>은 와인 알아맞추는 내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블라인드 테스팅을 하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집안의 주인, 마이크 스코필드가 어느 날 저녁, 식도락가 리차드 프랏을

초대한다.    그들은 전에도 함께 식사를 하며 와인 알아맞추기를 했는데,

보통 와인 한 두 박스정도의 내기였다.  그런데 내기에서 항상 그 식도락가가 이겼다.

 

그런데 그날은 마이크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크가 이 날 준비한 와인은 매우 소량의 희귀한 와인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 와인을 알아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식도락가 또한 자신있는 표정이었는데, 그러다보니 내기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식도락가는 자신이 와인의 산지와 연도를 맞추지 못하면 자신의 저택 2채를

내놓겠다고 걸었고, 대신 알아맞추면 마이크의 18살된 딸을 달라고 하는데까지

전개되었는데, 결국 마이크가 이에 응하고 내기는 긴장감 속에서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흘러갔다.

 

보르도 지역의 그 많은 구릉들 가운데, 탄닌의 떫은 맛을 언급하는 등 점차 범위를

좁혀가며 와이너리를 맞춰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데, 도저히 알아맞출수 없을 것 같던 

와인의 산지와 연도까지 결국 그 식도락가가 맞추는데......

........

 

와인을 배우고 맛을 보면서, 왜 와인 매니아가 생기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인이 단순히 술이 아니고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예술의 일부로까지 승화된 것이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맛>을 이야기 듣고, 로알드 달의 소설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에서 읽은 여러 단편들이

모두 하나같이 재미있었고 마지막에는 항상 즐거운 반전이 있었다.

 

사실은 <맛>과 와인을 이야기 하려했는데 시작에서부터 이야기가 다른 데로 돌았다. 



*조블 2007/03/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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