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교대 근처에서 두목회 친구들을 만났다.
삼합회같은 두목들 모임이 아니고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나니
그 모임이 두목회다. 보통은 이목회(二木會)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조금 꼬아서 이름을 만들었다.
-두목이냐, 니들이?
초기에 자주 듣던 이야기다.
원래 두목회는 매달 만나는 동창 골프모임에서 시작했다.
‘제**골프회’에서 ‘제프’로 약칭, 더 줄여서 '쩹‘이라 속칭.
영문으로는 JEF, J****** Executive Federation.
그러다 공치는 친구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같이 모이자 해서 만든 것이
두목회. 그 때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편안한 대화와 검소한 식사>다.
처음 내가 모임을 만들었을 때와 지금은 많이 변했다.
거친 풍파를 맞으며 산전수전 다 겪고 이른 세월에 피(血)전까지 넘고나니,
인생살이 변화가 무쌍하다.
학교시절 이야기를 하며 그때 우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들이 모두 지금의
우리보다 한참이나 어렸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데도 그 위엄과 학식,
교훈의 크기가 그리 무겁고 컸는데, 지금 우리가 일군 것은 무엇이고 이제
후배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르칠게 있기라도 한건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 이야기, 다른 동창들 소식도 전해 듣는다.
이야기 사이마다 어릴 적 그때의 장면이 활약처럼 과장되게 오간다.
이야기는 두서없이 흐른다.
전교존 요새 뭐하는 거야? 아, 지랄이야, 넌 그냥 놔 두냐, 걔들.
내 앞에서는 꼼짝 못하지.
우리 학교 이제 완전히 x통 됐대... 왜? 자꾸 도시는 바깥으로 나가고,
학생수는 줄어들고..... 옮긴다고 했잖아?
아니야, 그게 안 된대. 학교가 없대, 우리학교 옮기고 나면.
용고가 ‘용산’ 이라서 못나가잖아, 그 이름 때문에....
우리, 초등학교 동창회 하잔다. 뭐? **이랑 만났다. 걔 지금 카페한대....
생각 나냐? <코파카바나>, 무교동에 있던.... 옛날엔 거기가 최고였다.
얘가 아주 그 때 잘나갔다. 밤의 황제였다. 애 만나면 다음 날엔 회사에 가서
칫솔질 했지. 나중엔 청계천이 끝내줬지. 국제전화 받으러갔냐?
경제는 대중이가 베렸다. 벤처가.....
골프를 주중에 치자고, 한 팀이라도 만들어서. 주중이라고 문제 되냐?
다 백순데. 산에 가. **는 어디 들어갔다, 지난주에 만났는데.
그거 지난주 얘기다. 그 놈 그만뒀다. 내가 어제 만났다. 와?
사장이랑 싸웠나봐. **이 그놈 웃기잖아. 잠실에 있는 청춘극장,,,
거기서 술 마시고.... ** 딸 왔을 때...
내가 8번지 파였는데, 너 잘 낫다.... 그래 난 못 낫다.
..#*@$..@#*&$%#*!#^........
조용하던 대화가, 점점 큰 소리로 기염을 토하지 않으면 이제는 얘기가
전달 안 된다.
세상이 온갖 거짓으로 우리를 힘들게 해도, 다듬지 않아 편한 친구들이
서로 감싸안고 다시 흘러간다, 어김없이 정직하게 흘러가는 계절처럼.
이야기 한참하고, 국가도 걱정하고, 서로 안부도 물었으니, 작은 이야기로
마무리하다 붉어진 얼굴로 다시 몇은 당구 치러, 몇은 다시 한잔 더, 그렇게
두목들은 흩어졌다. 한 때 세상 뭐라도 모두 휘두를 것 같던 두목들은 지하철에
흔들리며 돌아간다.
*조블 2005/11/12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