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또는 집안일을 한다.
별 제약이 없으면 낚시를 간다.
제약이라 함은 불가피한 일정 외에도 안 의 심기가 현실적으로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래도 그냥 간다, 사실은.
당일 낚시는 양에 차질 않으니 보통은 1박 이상을 한다.
한 겨울에도 낚시를 간다, 추울 때는 커다란 가스히터를 켜놓고 한다, 가스통까지 챙겨놓고.
물론 집에서는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같이 낚시에 취미를 붙여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를 않았다.
쉽게 좋아지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 섭섭하다.
그러나 스스로 낚시가 좋아지는 때가 인생을 살다보면 오게 되어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의 누군가, 그 이름은 잊었지만, 그런 유사한 내용을 제목으로 쓴 책이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낚시를 할 때가 온다, 뭐 대충 이런 긴 제목이었던 것 같다.
낚시를 가지 않으면 보통은 집안에서 이런저런 일을 돌본다.
그렇다고 가사를 본격적으로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집사람의 일정을 따라간다. 커피 같이 마시기. 장 같이 보기, 산에 같이 가기,
또는 양재천을 두 시간 함께 걷기. 그리고 난에 물주기.
장을 보러 갈 때는 매우 충실하게 돕는다.
대형수퍼 매장에 가면 따라온 남자들을 간혹 보는데 떱떠름하고 어색한 폼이 금방 드러난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조연으로는 거의 프로(?)라 할 수 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카트를 끌고 자연스럽게 잘 다닌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집사람을 놓친다. 그런 실수도 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에는 다른 일정이 끼어들었다.
2. 회사행사
토요일, 과천 서울 대공원에서 회사행사가 있다.
삼림욕장 산행, 그리고 족구, 식사등의 순서다.
제1코스가 너무 짧아 제2코스까지 도는 것으로 하였다.
단풍이 아름답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보도위로 떨어질 때 사-삭-하는 건조한 소리까지 들렸다.
낙엽이 바람에 쉴 새 없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중국 무협영화, 예컨대 ‘연인’의 한 장면, 그림 같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올라가는 중에 전화가 온다.
공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같이 근무하던 서 팀장의 전화,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영안실은 대천의 보령아산병원이다.
원 부장에게 전화하고, 임 부장에게도 전화한다.
김 부장에게도 전화해보니 덕유산에 있다.
산에서 내려와 족구를 했다. 헛발질만 여러 번 했다.
다시 전화가 온다.
코끼리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강 교수 차를 타고 집에 와서 얼른 양복으로 갈아입는데, 다시 전화.
3. 문상
4시 40분, 아파트 단지에서 출발. 원 부장이 운전한다. 임 부장 동승.
-일단 가까운 양재에서 경부로...
-기름은 ?
-없으면 채워줄라고 했는데.
-갔다 와서 채워주면 되지
낮 시간을 지난 저녁시간인데도 차가 밀린다. 오산에서 빠져나온다.
벌써 어둡다. 국도를 따라 가면서,
-출출하네,
-뭐라도 먹읍시다.
마침 도로변에 웰빙만두 라고 간판이 보인다.
만두, 찐빵을 먹으면서 내려가다, 안성, 평택 구간 진입로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사이 사이 나는 깜빡 깜빡 졸았다.
서평택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간다.
대천에서 빠져, 제법 달려 병원에 도착하니 벌써 8시 반이다. 220킬로.
가니 문 과장과 임 주임이 있다.
문 과장은 지금은 이삼백명 직원을 거느린 사장이다. 같이 일하던 당시에 과장이었을 뿐.
그래도 내게는 문 과장이 편하다. 우리 모두 그 당시 호칭이 편하다. 나는 계속 상무다.
교통사고의 상황이 모호하다.
어쩌면 골치 아픈 문제가 더 덧붙여질지 모르겠다.
공장에 있을 때 기숙사에 있던 직원이 한 밤중에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대형 기름탱크 차에 부딪쳐 즉사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시신의 이동은 입관을 포함해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사고 상황도 파악되어야하고 쌍방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아니면 입관에서부터 모든 절차가 지연된다.
같이 이야기하다, 10시 30분 병원에서 떠났다.
서해안 고속도로 위에서 비가 제법 뿌린다.
오다 말다 한다.
밤 12시 20분. 집 근처에 도착.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운다. 75,000원.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차를 내려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비가 흩날린다.
밤 12시 30분 집에 도착. 씻고 있는데 그 시간에 큰 애가 들어온다.
TV에서 영화를 하고있다. 패이첵.
자다말다 보다가 나도 잠이 들었다.
4. 면도날
일요일 아침 느즈막하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우리집 7시 아침식사 시간에 맞추다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일주일에 한번 침대시트 정리하고 난초에 물주기는 내 일이다.
난 7개와 화분 한 개를 욕조에 옮겨다 물을 흠뻑 주고 물속에 잠기게 둔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생뚱맞게 오늘은 청소기를 돌리자 한다.
돌리자는 이야기는 나더러 돌리라는 이야기다.
청소기를 돌리는데 서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려하던, 사고사로 인한 그런 문제다.
경찰에서 부검을 하겠다 하니 나에게 의견을 구한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자면 가해자가 부인하는 상황에서 귀책관계, 보상관계 등
여러 가지를 해결하자면 그렇게 갈 수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 동양적인 사고로 생각한다면
부모의 시신에 어찌 다시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랴.
사오십분 정도 통화를 하였다. 어차피 선택은 경찰과, 그리고 최후의 저지선은 그의 몫이다.
1시에는 결혼식에 가야한다. 축의금 전달 부탁받은 것도 있다.
-면도날 좀 바꿔다 주지. 그 근처잖아.
집 사람이 말한다. 결혼식 장소는 양재동이다.
얼마 전 큰 아이의 면도날을 사다준 게 있는데, 그게 면도기와 맞지 않는 것이다.
큰 아이는 ‘질레트’를 쓴다. 사다준 면도날이 ‘질레트’이긴 했지만
그중에서 모델이 ‘센서’였는데, 아이의 면도기는 ‘마하3’하고 맞는 것이다.
‘센서’ 는 8개에 12,400원이다. 너무 비싸다.
‘질레트’ 중에서 싼 것을 산다고 산 것이 맞지가 않는 것이다.
심부름이나 부탁이 합리성이 있다면 나는 따른다. 그 근처니까.
조금 일찍 나와 양재동 ‘이마트’에 들렀다.
포장을 뜯은거지만 특별히 환불해준다 한다. 신세계 상품권으로 바꿔 들고 매장을 찾으니
‘마하3’는 8개에 14,800원, ‘마하3터보’라는 것도 있는데 8개에 18,900원 인가 했다.
면도날이 이렇게 복잡한감, 비싸고?
옆에 있던 종업원이 권한다. ‘마하3터보’가 4개 포장 하나에 7,000원짜리가 있는데,
이건 특별히 새로 나온거라 한다. 금방 제 값으로 갈거라 하면서.
언뜻 생각을 해도 이게 제일 싸다.
-어떤 사람은 싸다고 10개나 사갔어요.
10개면 7만원. 어휴. 그래도 3개를 샀다.
나는 도루코를 쓴다.
도루코 면도날은 5개짜리 한 포장에 2,500원쯤 한다.(아침에 포장 뜯지않은걸 보니 1,500원이다)
우리 아이도 나중에 자기 자식이 생기고 지금의 내 나이쯤 되면 다른 생각을 하겠지......
집 사람도 면도기에 관한 한,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한다.
갑자기 내 아버님 생각이 난다.
5. 결혼식
친구 딸이 결혼한다.
결혼식 시작 40분쯤 전에 도착을 했다. 이마트에서 생각보다 일찍 일이 끝났다.
그는 나와 그야말로 각별한 사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인연은 정말 깊고 길다.
1학년 때 학교 안에서의 문제, 그리고 그의 집에 다니면서의 이야기.
대학 입학할 때 이야기. 군대가서 양구에서 만난 이야기, 그리고 우여곡절.
나중에 그가 은행을 옮기면서의 과정, 그리고 혼란스럽던 일상....
그 어느 것도 내가 곁에 없던 시절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많다.
-요새 정치판은?
-열린당은 후보자가 없어. 한나라당은 아글바글. 경선이 내년 2월이야.
W가 말한다. 허긴 지금 분위기로는 예선이 본선 같을테니까.
한 사람은 지난번에 떨어졌고, 한 친구는 당선돼서 구청장을 하고있다.
위원장하고의 관계가 껄끄럽다 하는건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 볼티모아에 있다.
-이번 달에 온다던데...
-잘 지내야지, 어차피 서로 맘에 안 들어도 이 판이라는 게, 모든 게 결국은 결과가 말하는거 아닌가?
W의 부탁에 내가 한번 만나보겠다했다.
지금 미국에 있는 그는 지난번에 나에게 출마를 권유하였다.
나는 고사했다.
언젠가 그와, 정운찬 총장하고 같이 압구정동, 검소한 술집 ‘1/2(이분의 일)’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천둥산 박달재는.....’ 이었고, 정 총장은 ‘사랑의 미로’ 분위기,
그리고 나는 ‘불꺼진 창’ 을 불렀다.
경제학과에 다니는 우리 큰 애 이야기도 나왔다.
6. 도곡동 시장
집사람은 가끔 도곡동 재래시장을 간다. 여기가 싸단다.
-매일 과일만 찾으면서......
나 때문에 시장을 가야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라는 이야기이다.
아침은 사과, 밤에는 감. 오늘의 주요 품목은 과일이다.
빨리 기사 모드로 복장을 갖추고 나선다.
시장입구 길목에 차를 대고 기다린다.
보통은 내가 따라 나서는데, 오늘은 조금 피곤하고 차 대기도 마땅찮아
일단 기사 기본자세로 차에서 대기한다.
그러다 어제 원 부장한테 들은 ‘페브리즈‘(?) 탈취제 생각이 난다.
어제 차를 타고 가면서, 담배냄새 안나죠? 하며 탈취제 이야기를 했다.
얼른 시장통 수퍼에 가서 탈취제를 사다가 거의 한 통을 다 뿌려댔다.
내 생각에는 확실히 담배냄새가 줄어들었다.
과일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오니, 이제 부터야 비로서 내 자유시간이다.
아, 그러나 한가지 일이 더 남아있다. 집 사람 도와주는 일이.
그리고 또, 조금전 블로그 내 친구네 집을 들여다봤더니 내가 낚시간 줄 알던데
빨리 인사나 하러가야겠다.
이번 주말은 바빴다.
저녁을 먹으니 밥맛이 좋다.
(마무리, 초등학생 일기장 모드로^^)
*조블 2005/11/06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