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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일기.7.- 전각

일상

by 아이현 2017. 9. 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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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들어 전각(篆刻) 을 시작했다.

돌에 글을 새기는 작업인데, 주로 전서(篆書)체로 새기기때문에

전각(篆刻) 이라 한다.

이름과 아호를 각각 음각(백문 白文), 양각(주문 朱文)으로 새기는데,

보통은 두인(頭印) 을 같이 새긴다.


혹은 좋은 글귀를 새겨 작품에 날인하기도 한다. 

예컨대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에 새겨진 장무상망(長毋相忘)같은 글귀,

오래도록 서로 잊지말자.  이런 글귀가 좋다.



장무상망(長毋相忘)



화선지에 검은 먹물로 좋은 글을 쓰고,

거기에 덧붙여 좋은 글을 돌에 새겨 붉은 색으로 도장을 찍으면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떠오르는 좋은 글귀가 있을 때마다 남에게 새기는걸 의뢰한다는건

너무나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새기자, 이렇게 시작한 공부다.


서예뿐 아니라, 서각(刻)과 전각(篆刻)에도 경지에 오른 선배가 있다.

서각(刻) 은 나무에 글을 새기는 작업이다. 

절 대웅전에 걸려있는 대웅보전같은, 그런 글을 커다란 나무에 새긴다.

장비는 목수의 수준으로, 거의 흉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일반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작업, 그래서 따로 작업실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전각 (篆刻) 을 공부하겠다는 내게 선배가,

전각으로 공부를 해서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항상 내가 답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공부시작이 너무 늦었습니다.

어찌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겠습니까.

그저 어느 정도 맛만 볼 수 있다면 감사하지요, 라는 대답.

잘못 들으면 너무나 불성실한 대답이겠지만, 서로 이야기가 편한 사이라면

이해가 될 수도 있는 답이다.


그런데, 맛 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전각에서는 글에 칼 맛이 나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느 정도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겠다, 고 해서

배우기 시작한 공부다.

선배는 이미 국제대회에서 수상도 했고, 협회 이사에, 국전 심사위원도 한 경력.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완전 개인교습에 들어갔다.


인사동 필방에 가서 세심하게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전각도, 주묵, 세필, 전각돌, 인상, 사포, 먹지. 등등.......

우선 인고(印稿) 를 하고 각을 한다.


인고(印稿)의 중요성을 말한다.

글자가 반전된 형태를 우선 써야한다. 

어떠한 방법으로 하느냐, 가 우선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결론은 역시 붓으로 직접 써야 한다는게 정도이다.

인고하면서 붓으로 직접 돌에 붓 맛을 새기고, 전각도로 각을 하면서 돌에 칼 맛을 남긴다.

그러나 방각은 인고없이 그냥 각을 한다.


백문(白文)은 만백이라, 눈이 가득 쌓인듯하게....

주문(朱文)은 만백의 가지라, 눈덮힌 가지처럼....

그래서,

주문은 여백의 선을 보고, 백문은 주문의 선을 본다.


무엇하나 쉬운게 없다.

길고 긴 또하나의 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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