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숙제처럼 밀린 일기 쓰는건 아니지만.....
어느덧 가을 초입에 왔다.
그런데 이제 봄 이야기를 시작하고있다.
2.
큰 아이네가 3월말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며느리가 다니는 직장의 어린이집이 대치동에 있는데,
바로 그 앞으로 집을 옮겼다.
우리집 근처 살 때는 내가 쌍둥이 손녀 은채, 은서를 어린이집에 등,하원 시켜준다고,
내 시간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해방이 되니,
갑자기 시간이 여유로와져서 좋기는했지만,
매일 손녀들 못보는게 허전하기도 했다.
하루는 은서가 아파서 내가 병원데리고가려 갔더니,
나를 보자마자, 어제는 할아버지가 보고싶어서 울었어, 하는데
내 맘이 그냥~ 무너져내린다. ㅎㅎ
은채, 은서는, 이제 3년 10개월되었다.
우리도 아이들 근처로 이사가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돌아가야할 집과 지금 집의 날짜가 잘 맞지않아 한두달 애만 쓰다가
잠정 포기하고말았다.
그래도 거의 매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이들이 집으로 온다.
온종일 제 집처럼 놀다가 간다.
3.
둘째 아이는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하다가, 본사로 돌아와 1년반쯤 있더니,
다시 파키스탄으로 나가 2년반쯤 근무했는데,
금년 4월에 귀국했다.
큰 아이는 자산운용을 하는 같은 그룹 계열사로 옮겼다.
데려가려는 회사에서는 데려가려고했고, 있던 회사에서는 못 보내겠다 하면서
2년 전부터 싱갱이하다가, 결국 이번에 희망대로 옮기게 되었다.
근무하는 장소는 내내 강남역, 같은 건물.
집 이사하고는 출퇴근이 너무 편해져서 좋아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들 둘이 같은 날 해외 출장을 떠났다.
큰 애는 뉴욕으로, 둘째는 요르단 암만으로.
둘째는 6월에 방콕에도 출장을 다녀왔다.
둘째는 방콕에서 태어났으니 방콕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출장가서 태국사람들과 미팅하다가 자기가 태어난 곳이 수쿰빗 범랑라드 병원이라고하면
모두 깜짝 놀라면서 재미있어 한다고 한다.
4.
둘째의 방콕 출장이 문득 내 방콕시절을 떠올려준다.
방콕의 중심지, 수쿰빗 쏘이15, 캄문코트에서 살던 때가 생각난다.
위차이에게 연락하니, 반가워한다.
그는 방콕에 176개 룸을 가진 레지던스 건물의 오너다.
위차이 큰 아들이 한국 카이스트에 유학을 와서 공부했고, 지금은 런던에서 공부하고있다.
둘째도 영국에서 공부중. 그리고 집안의 사업은 딸이 모두 맡아서 하고있다.
최근에 위차이가 알려온 소식에 의하면,
금년 1월 조깅을 하다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지난번 한국에 왔을때도 내게 심장의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그때는 그저 약간 가벼운 정도의 이상.
이번에 수술여부를 가지고 심장전문의들이 상의한 결과,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체크를 하면서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데,
간혹 나타나는 그의 무모함이 때로는 걱정이다.
의사의 만류를 무릅쓰고 금년 7월, 일본 후지산 정상에 올라갔다온 사진과 동영상을 내게 보냈다.
다녀와서 의사들의 엄청난 질책을 받았다면서.
그러면서도 내년초에 한국에 오겠다며,
한국에서 눈오는 산에 꼭 오르겠다고 이야기하니, 내심 조금 걱정된다.
그의 근면함과 겸손함은 모두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자기 건물의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고있으면 손님들은 모두
그가 거기서 일하는 정원사인줄로만 안다.
그런 근면함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7살 어린 나이에, 중국에서 무일푼으로 방콕에 왔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이윽고 수쿰빗 쏘이13 에 호텔을 가졌다.
좁은 골목 하나 사이로 거의 붙어있는 거대한 호텔, 앰버서더호텔에서
그의 호텔을 인수하겠다고 덤벼들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는 그의 재력을 보여준다.
너희들은 내 호텔을 사려고 은행에서 돈을 꾸겠지만,
나는 지금 내가 가지고있는 현금만으로도 너희 호텔을 살 수 있다, 고.
나는 그 호텔 로비에서 청소를 하고있던 위차이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5.
얼마전 친구를 만났다.
그는 지금 삼송리 요지에서 건물을 올리고있는 중.
그에게 위차이와 그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착한 심성의 그가 앞으로도 계속 성실하고 겸손하게 살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가 방콕에 출장을 다시 가게되면,
위차이에게 인사를 가라고 할 것이다.
좋은 인연이 자식들에게도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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