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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일기 1 - 일상

일상

by 아이현 2016. 1. 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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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년 무더위는 길었다.

그래도 이제 여름은 지나갔고

지금 가을이 또 지나가고있다.

세월은 이렇게 또 간다.

 

 

2.

9월초, 광화문에서 환 형님을 만났다.

날은 아직 무더웠다.

 

인도와 싱가폴을 넘나든지 10년 세월.

우리는 몇 년만의 해후던가.

묵은 이야기들이 흘러가듯이 풀려나왔다.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와 김영하의 '말하다' 를 받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CD와 책을 많이 받았다.

 

 

3.

영화 '사도'.

사도세자의 광기와 영조의 광기.

광기와 광기의 부딪침. 

이면에서 이를 부추기는 권력의 싸움, 그리고

밀리지않으려는 또 다른 한 축의 저항.

 

광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비극의 역사. 

그러나 아픔과 슬픔보다는 멋진 장면만을 기억하고싶다.

 

         

 

         

 

 

영화 '인턴'

우리의 삭막한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은퇴한 사람들을 위한 동화라고나 할까? 

꼭 마술같은 복장을 갖추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녀야만

판타지가 되는건 아니다.

 

         

 

         

 

 

TV에서 본 영화 '관상'.

때로는 영화적인 표현때문에

악역으로 나온 자가 더 멋있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는 수양대군이 그렇다.

 

영화 중반 수양대군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계단아래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감독도 매우 공들여 찍은 장면이리라.

 

         

 

         

  

 

영화를 보면서 생각났던 이야기.

계유정난을 주도하고 4명의 왕을 거치는동안 벼슬을 하며

오랫동안 권력의 정상에 섰던 한명회.

그가 늙으막에 정자 압구정을 짓고, 유유자적 폼을 잡고 시를 쓴다.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젊어서는 사직을 도왔고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노라.

 

이를 보고 생육신의 한 명인 김시습이

각 절에서 가운데 한 글자씩을 바꿔 한명회를 비웃는다.

그는 세상에 저항하던 천재. 


靑春亡社稷

白首汚江湖

젊어서는 사직을 망가뜨리더니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히는구나.

 

영화 '관상'에서

나중에 목이 잘린다는 관상쟁이의 말을 듣고 전전긍긍하던 한명회는,

목 잘리는 일없이 말년까지 편안하게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죽은후 관을 부숴 머리를 자르는 부관참시를 당하니

관상쟁이의 말이 결국은 신묘하게 맞는다.

 

 

4.

서예를 하다보면 실력과는 무관하게

먹이나 화선지, 혹은 붓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가끔은 인사동에

좋은 먹이나 작품용 먹물, 비싼 화선지를 사러가기도 한다.

 

전라도 광주에서 중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을 하는 후배가 어느 날,

광주 진다리의 무형문화재인 사람으로부터 붓을 선물받았는데

자신은 서예를 잘 모르니 내게 선물을 하겠다며 집으로 보냈다.   

 


필장 大河 김복동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작고하신 분.  지금도 집안 4대에 걸쳐 붓을 만들고 있는 집안이다.

16mm, 20mm, 24mm의 붓 3자루를 받고,

한 번씩 먹에 담궈 글을 써보고는 붓걸이에 잘 모셔놓았다.

붓걸이에 붓은 자꾸 늘어간다.

 

후배는 나중에 작품 하나를 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고마운 마음이라면 당장이라도 글을 써주고싶지만,

아직 실력이 마음을 따라가지못하니,

언젠가 부끄럽지않은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러고보니 친구가 부탁한 것도 있다.

좋은 글은 내 마음속으로 이미 정해놓았는데...

금강경의 한 구절.


應無所住而生其心 



얼마전 한국서예협회 서울회원전에 냈던 글인데,

액자하여 집에 걸 수있게 크기를 달리하려고 하면서도,

아직 쓰지못하고 화선지만 버리고 있다.

 

선생님이 회장으로 계시는 공모전, 행서로 작품을 냈다.

행서로 출품하기는 삼봉서예대전에 이어 금년에 두번째다.

금년에 공모전 응시작품은 서울서예대전을 포함, 모두 세 점.

모두 특선에 그쳤다.

가야하는 길이 멀다. 


 


5.

8월말, 사군자 공부를 시작했다.

난부터 시작했는데, 그동안 서예하면서 붓잡아본 것이 도움이 된다.

난을 그리니 집에 있는 난도 유심히 관찰하게되고,

난이 꽃피면 사진을 찍어 자주 보게된다.

 

30여년전 내가 방콕에 체류하던 시절, 집사람이 사군자를 공부했는데,

그때 선생님이 해주신 체본을 지금 보면, 역시 대가의 실력이 느껴져온다.

당시 선생님은 태국의 공주를 가르치던 중국인 대가.

 

난 꽃의 농담이라던지 대나무 잎의 날카로움과 화선지에 번지는 오묘한 멋.

국화와 매화의 아름다움.

 

사군자는 색의 농담과 속도의 조정에서 오는 숙련이 필요하다.

추사는 말하기를, 난 치는것은 예서에서의 방법이 그 출발이라고 했는데...

 

 

6.

단소는 소리가 조금씩 난다.

그러나 고음에 가서는 거의 소리가 나지않는다.

 

노래 천년바위는 처음부터 고음에서 출발하는데, 선생님께서는

고급반에나 할 수있는 이 어려운 곡을 왜 우리에게 주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선생님이 결강할 때는 대신

거문고를 가르치는 여자선생님이 오셔서 단소를 가르친다.

거문고와 가야금의 차이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거문고가 내는 소리의 박력도...

 

이제 곧 연주발표회가 있다.

우리 중급반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 아,참, 우리는 후배기수가 들어오면서부터 명칭이 중급반이 되었다...ㅎ

  실력은 아직 초급인데도.... -

모두 어떻게해서든 발표회 하는데서 빠지고싶어들 한다.

그러면서도 몇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있다.

 

후배들이 들어와서 얼마전 북촌마을 한옥에서 환영회를 했다.

회원중에 한옥을 전문적으로 짓는 사람이 있는데,

일종의 모델하우스같은 곳으로, 사무실로도 쓰고있는 곳이다.

 

시원한 저녁바람 솔솔부는 한옥마을 조용한 동네의 한가운데,

한옥에서 호사스러운 여유를 맛보았다.

 

선생님과 선배들의 단소 연주를 들으며,

한옥마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더 맑고 그윽하게 깊어보였다.

 

 

7.

9월초 금요일.

비가 내리는 저녁, 음악회에 갔다.

 

임웅균, 류정필, 전병호 세명의 가수가 부르는 경복궁 타령은 얼마나 흥겹던지....

그리고 임웅균의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돌아오라 소렌토로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듣고 부르던 노래인데,

그의 열창을 들으면서 가사를 음미하니

그 절절한 내용이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요즈음 눈물이 많아졌나?

원어 가사와는 내용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그 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그대를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못할 이 곳에서 기다리고있노라

돌아오라 이 곳을 잊지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그리고, 또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의 박력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가수는, 혈압이 280까지 올라간다고한다.  엄청난 열정.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그 열정속으로 빨려들어가게된다.

 

몇년전 유럽여행중 소렌토에서의 추억이 잠시 생각나는 음악회였다.

 

 

8.

쌍둥이 손녀들이 많이 컸다.

걷고 말하기를 시작하면서 더욱 이야기들이 풍성해졌다.

온통 집안의 귀염둥이들이다.

이제 내달이면 만 두살이 된다.

 

하루도 쌍둥이 이야기가 없는 날이 없다.

나이 먹으면서 애기들 보는 낙이 제일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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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요리의 즐거움.

가족들은 내가 파스타를 좋아하는걸 모두 알고있다.

이태리에 가서도 파스타를 먹는 재미가 즐거움의 하나였다.

외식을 할때도 파스타집으로 많이 다녔고, 집에서도 파스타를 많이 먹었다.

 

어느 날, 드디어 내가 직접 요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  별 대단한 이름은 아니다,

의미는 마늘, 오일, 그리고 조개 라는 뜻이다.

파스타의 가장 기본적인 요리.

라면 끓이는 것보다 아주 쬐~~금 어려운, 그런 정도의 기본요리.

 

먼저 재료들을 준비한다.

조개를 해감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면을 넣는다. 약 8~9분.

그동안에 올리브 오일을 후라이팬에 뿌리고 편으로 썬 마늘을 넣고 다진 마늘도 좀 넣는다.

조개를 넣고, 붉은 고추를 잘게 썰어 넣는다.

마늘이 노릇해질 때쯤, 후라이팬에 삶은 면을 넣는다.  잘 섞이게 휘젓는다.  면수를 약간 가미.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몇 가지 재료를 얹는다,

바질가루라던지, 또는 치즈 가루...취향대로.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를 만들려면, 마음먹고 조개만 사오면 된다.

다른 재료들은 모두 항상 있으니까, 피클과 월계수 잎까지도...

 

알리오 올리오를 두 번 해봤으니

이제는 토마토 스파케티 봉골레가 순서다.

재미삼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요리니까,

파스타는 앞으로도 계속 하게될 것 같다.

언제쯤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서 내가 만든 파스타로 대접할 수있을까?

 

 



*조블 2015/10/2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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