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아침, 목욕하러 가는 길.
IFC 근처로 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촬영하는 중.
뭘 찍냐고 했더니 영화를 찍는단다.
스탭들이 퉁명스럽다.
잠깐 서서 구경하는데, 인물좋은 정우성이 나온다.
행인 역을 하는 사람들은 제 위치에서 정물처럼 대기하다가
감독의 액션소리에 따라 걷기 시작한다.
걷기 전 정지해있는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같다.
길 건너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촬영장면을 찍는데
스태프가 찍지말라고 소리지른다.
소리지를 일도 아닌거 같은데...
무슨 영화랍니까 하고 물으니
제목이 <감시> 란다.
정우성이 범죄자로 나오고 설경구가 그를 쫒는 사람인데
자기 아들이 영화에 나온단다.
영화촬영이 시작된건 4-5개월전, 아마도 3월이면 촬영이 끝날것 같다한다.
아들은, 설경구 쪽에서.....하며 뭐라 표현해야좋을지 망서리기에,
내가 아, 설경구쪽의 요원으로 나오는군요, 했더니 당장 표정이 좋아지면서 웃는다.
아들이 알면 부담스러워할까봐 몰래 나와서 보고있는데
아들이 언제 나오나 하며 기다린다.
얼마전에는 용산에서 찍었다는데, 아마도
아들이 나오는 곳은 모두 가서 보는것 같다.
아들 이름이 이 OO 라 한다.
잘 모르는 이름이지만
몰래나와서 아들을 지켜보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인터넷에서 나중에 <감시>를 찾아보니,
<특수범죄과 감시반 대원들과 이들이 쫓는 은행털이 조직범죄자들을 그린 이야기>
라 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영화를 찍고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양지 바른 곳.
배우들은, 쉴 때는 두툼한 겉옷을 입고 기다린다.
커피가게 앞 햇볕 좋은 곳에서 여배우 두명이 앉아 기다린다.
이번에는 큰 길을 돌아 커피집 앞을 걸어가는 장면.
정우성이 그 길을 걷고있다.
여의도에 방송국이 여럿 있어서인지,
TV에서 날씨를 보여줄 때는, 예컨대 출퇴근시간대 폭설같은 것은,
여의도역 근처가 자주 나오는 편이다.
드라마 찍는 것을 볼 때도 있다.
주말이면 찍기 편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여의도는 주말이 되면 사람이 없어 조용하게 텅빈 거리가 된다.
토요일 아침,
정우성은 몇시간째 같은 길을 걷고,
나는 나온 길을 돌아 집으로 간다.
*조블 2013/02/17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