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월 일기 - 휘호대회, 역린

일상

by 아이현 2016. 1. 31. 10:24

본문




5월초, 날은 여름날씨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서울서예대전 전시회가 열렸다.

 

간혹 어떤 작품을 보다보면 너무나 아름답다.

전시된 내 작품을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한시집 출간때문에

선생님을 모시고 인사동 출판사에 다녀왔다.

책의 색깔이라던지, 편집, 그리고

인사말, 경력 부분 등을 봐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서울서예대전에 입선한 기념으로

글쓸때 쓰는 커다란 깔판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지으신 한시를

초서로 써서 만든 작품집 2권도 주셨다.

 

초서의 교본인 왕탁의 글이 5,000자인데,

선생님께서는 그 책을 50번이나 쓰셨다 한다.

그 정도 쓰다보면 어느 순간에 문리가 깨우쳐진다 하신다.

 

내게는 아직, 아득하게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다.

 

 

         

 

 

서예는 세월의 때가 묻어야한다는 이야기를 흔히들 한다.
세월이 걸린다는 이야기.
한동안 혼잣말로,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탄식하곤 했다.

그러다 얼마전에 크게 각성했다.
서실에 한 분이 오셔서 글을 시작하셨는데,
그분이 너무 늦었다는, 내가 하던 똑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의 연세가 86세.

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나이에 이제 그런 이야기하지말고 정진하자... 라고.


 

          

 

 

서울에 각 구마다 문화원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문화원이 25개.

지난 주, 5월 22일,

서울시 문화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서예 및 사군자 경연대회' 가 있었다.

선생님한테 등 떠밀려 나갔다. 

 

소위 휘호대회인데, 현장에 갈 때,

벼루, 먹물, 서진, 붓, 깔개, 도장, 인주, 연습지....등

일체를 준비해가야한다.

 

현장에서 명제를 주면, 그 자리에서 쓰고,

막바로 심사하여 즉시 결과를 발표한다.

 

크기가 35센티 x 135 센티인 종이를 3장 주는데,

종이마다 추최측의 도장이 찍혀있고,

그 종이에 써서 그중 한 장을 제출한다.

 

명제를 받았는데, 20자.

주어진 시간은 1시간 10분.

글을 쓰는데, 옆에서 쓰던 선배가

균형을 잘 못 잡았다고 내 종이 한 장을 줬으면 한다.

아까운 종이지만 도장찍힌 종이 한 장을 드렸다.

한 장은 이미 썼고,

이제는 한 장으로 마쳐야한다는 것이 압박으로 다가온다.

 

글을 쓰고 나니 두 군데 문제가 있다.

모두가 결국은 능력과 내공의 문제지만,

본문을 예서로 다 쓰고나서 낙관의 글을 행서로 쓰는데,

갑오초하(甲午初夏)에서 첫 두 글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무(舞)자에서 파세를 두군데 넣는 실수를 범했다.

있을 수 없는 실수.

아쉬웠다.  이제는 종이도 없으니....

 

글을 제출하고나서 강당 2층에 올라가면

아래 대강당에서 작품들을 모두 펼쳐놓고 심사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심사위원은 4명.

심사위원들이 지나가면서 작품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처음보는 심사다.

 

별 기대 없이 구경하고나니 발표를 한다.

장려상을 20명쯤 발표하는데 내 이름은 없다.

그래도 잠시 혹시나 했는데...

다음에 동상, 은상, 금상, 우수상, 대상을 발표하는데 각 1명씩이다.

 

그런데 동상에서 내 이름이 호명된다.

깜짝 놀랐다.

게다가 상금 20만원.

 

다음 날 문화원에 가서 칭찬과 찬사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밥값 내고....

벌써 여러군데서 몇번 냈는데, 아마 상금의 2배도 훨씬 넘게 써야할 것 같다.

아직 상금은 받지도 못했는데.

6월에 시상식, 전시회가 있고, 도록도 나온다.

 

그래도 내가 쓴 글을 보면 한없이 부끄럽다.

내 글이 어디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이미 내가 아니까.....

 

친구들이 간혹 글 써달라는 이야기를 하면,

10년쯤 지나면 아마도 써줄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영화 '역린' 을 보았다.

정조의 이야기는 그에 얽힌 이야기가 파란만장하기에 항상 흥미롭다.

 

평자에 따라서는 이 영화가

너무나 많은 것을 담으려했기때문에 중심이 없고 산만하다 식으로 혹평을 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정점을 향해가면서 모두 필요한 사연들.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고,

드디어 마지막에 모든것이 하나의 주제로 뭉치면서 종국으로 나간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생각났다.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파란이 있고, 영광이 있고, 음모가 있고, 굴욕이 있고, 파국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인간이 있기때문에 감동이 있다.

 

 



*조블 2014/05/30 06:40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군자   (0) 2016.01.31
천만불이 필요하신 분은...   (0) 2016.01.31
성묘, 노트북  (0) 2016.01.31
봄 - 벚꽃, 서예  (0) 2016.01.31
낙산   (0) 2016.01.3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