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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옮겨온 글)

일상

by 아이현 2015. 12. 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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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투명한 삶

 원문링크 : http://blog.chosun.com/kjoline/229339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을 생각할때면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난 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가면 <격리된다 >
섬 Ile의 어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인간들.>       -장 그르니에-

 

나는 기억한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 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 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 보게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까뮈의 서언속의 그 젊은이중 한 사람이었음을...


그의 말처럼 나는 이 작은 책을 들고 서점에서 나와 집에 돌아가 행복하게
이 글들을 읽고 커피를 마시면서 공상 속에 나를 맡기고는 했다.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번씩이나 해 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비밀>을 고이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혼자 떠도는 섬이었던 시절 나는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의 어느 까페에서
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진한 커피를 마시고
이름 모를 남미의 어느 울창한 숲 속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오두막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책을 읽기도 했다.
독일의 어느 도시에서 비가 약간 내리며 바람도 조금은 부는 거리를
바바리 코트를 걸친채 걸어다니는 상상만으로도 풍요로왔다.


나와 같은 마음의 친구들이 모여 콧소리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불어로 날씨를 이야기하고
사랑을 위하여 압생트주를 한잔 마시며 금발이었을지도 모를 청년을 그리워했고
그가 화가이기를 꿈꾸기도 했다.
하루 하루 떠돌며 그 공상들은 더욱 나를 잡아 끌었다.
어느날 나는 마침내 알렉산드리아 등대위에 올라가 
지중해 푸른 물결 너머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작은 배가 수평선에 문득 나타나는 순간을
경험했고 그리고 그 등대위에서 이집트의 공주와 그를 사랑하는 왕자의 사랑을 꿈꾸며
사랑한다는 이집트 말을 배웠다.

 

남루함과 비밀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나는 마침내 긴 여행을 떠나왔다.

 

한국을 떠나올 때 나는 이국(異國)을 여행하는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는 흡족해 했다.
실제로 며칠간은 그랬다.

낯선 얼굴들 낯선 언어들 그들이 커피를 마시는 옆 테이블에서 잘 들리지 않게

소근 거리는 영어가 그랬고

어두움 속에서 하얗게 이빨만 웃는 바텐더가 내 공상을 완성시켜 주는듯 했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먼 여행지인 이곳  이국(異國)의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는 곧 질려가기 시작했다.
까페 밖은 너무나 더웠고 그 안은 너무나 추웠다.

멋진 꿈같은 이국(異國)은 내가 다시 한국 가게에서 사온 김치와 쌀로 밥을 해먹으며
곧 서서히 사라져갔다.

다시 일상에 갇힌 나는 내가 무엇이었는지 모두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난 다시 내 살던 곳을 떠나 또 다른 곳에서의 여행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그 여행을 위해 나는 낚시를 시작했던 것 같다.

떠나기 위해...섬으로 혼자 떠돌기 위해...

 

우리는 무전기를 하나씩 나눠 받았다. 처음가는 바다까지 길을 잃지 말고 쫓아오라며 ㅈ은 무전기

작동법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무슨 군사작전을 펼치듯 무전기를 나눠들고 ㅈ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

했다. 무전기를 들고 우리는 칼치잡이에 나선 것이다.

 

칼치는 향수(鄕愁)였다.
바다는 내가 가장 행복해했던 시절 내곁에 있었다. 행복했다지만 늘 떠도는 섬같았던 그 시절,
그래도 고정된 관념의 그 감옥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섬으로 떠다니던 바다가 그리웠다.
이곳의 바다는 삼년 동안에 단 한번 가본 것으로 끝을 냈었다.


바다를 입에 달고 그리워하자 별 볼 일 없다면서도 친구는 나를 데리고 갤베스턴 비치를 향해 달렸다.
"저기야"
친구는 심드렁하게 말했고 나는 이미 어두어진 밤바다에 뛰어들 태세로 차에서 내렸다.
내가 섬이었던 그 때 그 냄새를 맡으려 코를 벌렁이며 최대한 너그러운 그의 품에 안기려고 ...
그리곤 곧 나는 바다가 아니라 차속으로 뛰어들었다.


향기로운 바다 내음 대신 내게 달려든 것은 모기떼들이었다.
정말 새까맣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다.
황급히 닫은 차속까지 이미 몰려든 모기 떼와 싸우며 나는 이곳의 바다를 증오했다.
나는 더 이상 섬이기를 거부했다.
아무리 갈 곳이 없었어도 나는 바다 쪽에 발길을 절대로 돌리지 않았다.
그러다 칼치라는 말에 그만 그 증오의 마음을 도려낸 것이었다.

 

"모기 없어요?"
"모기약 바르고 가면 되구요, 낚시하는 곳엔 없어요"
방법이 있길래 가겠지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다. 
"칼치를 아이스박스로 한가득씩 잡아온데..."
나는 시키는대로 아이들과 내몫의 낙싯대 3대와 아이스박스를 하나 사들고 따라나섰다.

 
밤 10시에 만났는데 새벽 한시가 넘도록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물 때는 또 뭔가...내가 섬이었었지만 나는 바다를 모르는 섬이었다.

물안개 낀 바다 위에 아련히 보이는 것만 내것으로 챙겨든...

태양과 바다의 빛남 위에서 멋진 것만, 고독한 것만, 흔들리는 것만 내것으로 품은 작은 섬이었다.

 

무전기를 들고 마침내 따라 나선 시각이 새벽 2시, 무전기에서는 수시로
"오바 오바 여기는 프리포트 약간 우편으로 올라가야 한다. 오바"
"알았다 오바"
"지금 베이트를 사러 가야 한다 뒤를 따르라 오바"
"베이트가 뭔가? 오바"
"미끼다 오바.."
"지렁이? 그걸 사는가? 오바 칼치가 지렁이를 먹나? 오바"
"산 새우를 산다 오바"
"그 비싼 새우를? 칼치보다 비싼 새우로 칼치를 잡는단 말인가? 오바"

 
무슨 일이었을까?
텍사스 시티로 갤베스턴을 지나 오버 브리지를 넘어 프리포트로 들어가서도
산 새우를 파는 베이트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찾았다해도 모두 문을 닫아 걸은 후였다.
새벽 4시가 가까와 오는데 우리는 아직도 바다에 가 닿지 못하고
무전기만 붙들고 '오바 오바' 하며 차를 타고 달렸다.

 
드디어 우리가 산 새우 한 양동이를 사들고 프리포트의 칼치잡이를 한다는
방조제에 도착하자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다.
4 시간을 길에서 헤맸다.
ㅈ은 차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단지 낚씻대만 달랑 들고 아이스박스를 끌고 가는데 그의 짐은 작은 이사짐 같다.
방조제에는 대낮같이 라이트를 밝히고 낚시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번잡했다.

히스패닉말과 베트남 말, 중국 말 그리고 한국말들이 새떼처럼 바다 위로 날아올랐다 사라졌다.    

 
어둠 속에 야광찌를 달아 바다를 향해 던졌을 때
옆의 불 빛에 그 파란 찌는 새초롬하게 빛났다.


낚시는 기다림이라고 전에 들었던 내 기억은
잠시만에 푸른 찌가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다가 솟구치더니
내 낚시 끝에 은백색 긴 리본이 팽그르 돌며 따라 나온 뒤 수정되고 말았다.
낚시는 예술이었다.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웠다.

바다와 섬과 칼치와 향수(鄕愁)는 각기 아름다움을 겨루며 내게 안겨들었다.


나는 다시 섬이 되기 시작했다.
단지 낚시줄 끝에 매달려 따라 나오던 은백색의 칼치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홀로 떠도는 섬이고 싶었던 내 마음에 불을 당긴 것이었다.

내가 다시 *흔들리는 작은 섬이 되어, 쓸쓸하게 떠도는 작은 섬이 되어

바다를 찾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 모든 것을 가두어 두었던 일상에서 순간이나마 탈출했다.
그리고 다시 섬이 되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며 작은 섬은 홀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지혜를 구했다.
정갈한 글 쓰기를 소망하기도 했으며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하기 원했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홀로 떠나기가 가능해졌다.
언제라도 홀로 떠돌던 섬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낚시 도구를 차에 싣고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장그르니에의 섬이 떠오른 한사님의 글의 침묵을 읽으며
나는 내가 새로이 섬이 되어 떠돌기 시작했던 몇년전 7월 어느날 밤을 기억속에서 꺼집어 내었다.

그리고 나는 먼지 속에 묻혀있던 낡은 책들을 하나하나 꺼집어 내고 있다.

아 기억이 풍요로운 섬이 되고 싶은 지친 나그네의 쉼이 가능한 그 어떤 책갈피속을 떠돌기 위해... 
  

                                                    *<흔들리는 작은 섬>은 내 단편 제목




*조블 2006/02/0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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